참여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1단계 금융허브 전략(2003~2007년)이 중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지역의 실질적인 금융중심지를 꿈꿨다면,이번에 발표한 2단계 금융허브 전략(2007~2010년)은 업종 간 경계 허물기와 국제화를 통해 '금융빅뱅'을 추구하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서울을 홍콩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정부는 △규제 완화와 전문인력 양성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외국 금융회사 유치 △파생금융상품 확대 등을 통한 금융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쪽으로 금융허브 전략을 사실상 수정했다.

국내 금융회사 간 인수·합병(M&A)을 유도하고 해외 진출과 관련된 국내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 등은 금융빅뱅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그러나 국내 4대 은행의 자산규모가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수익의 97%를 국내에서 얻는 등 금융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증권업계 규모 역시 미국의 1.3%에 불과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단순한 중개업무(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게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금융사 간 M&A 쉬워진다

정부는 은행 증권 보험으로 사업 영역이 쪼개지고,각각의 영역에서 업계가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다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출범하게 될 금융투자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과세이연 요건을 낮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9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에만 합병 전후의 기업 동일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주식 양도 차익 등에 대한 과세를 미뤄주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영업 중인 증권사 등은 대부분 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건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과세이연 혜택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자통법 시행 이후 대형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M&A에 대해서는 지분율 요건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는 법인의 범위도 확대된다.

지금은 부채비율이 200% 이내인 회사만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지만 이를 300%까지 상향 조정해 증권사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사 M&A가 활성화되도록 기존 보험사를 인수하는 경우에 한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국내 법인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보험사에 출자한 금액의 3배 이상이어야 한다.

빌린 돈으로 출자하는 것도 금지돼 있고,부채비율도 300% 이하여야 하는 등 자격 조건이 엄격하다.

정부는 이 같은 요건이 사모펀드(PEF)나 특수목적회사(SPC) 등의 보험회사 M&A 참여를 어렵게 한다고 판단,대주주 요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부는 금융회사의 진입·퇴출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증권사 등은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영업권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M&A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거래소 상장차익으로 금융인력 양성

정부는 금융회사 대형화를 촉진하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한국의 금융인력은 73만3000명으로 홍콩(18만명)보다 4배 가까이 많지만 대부분(86.7%)이 보조인력이고 금융전문가는 8.9%에 불과한 실정이다.

43.8%가 전문인력인 홍콩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비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에 따른 지분 평가 차익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금융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출연 규모는 거래소의 독점 이윤규모와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주주와 거래소의 동의를 얻어 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운영 중인 금융전문대학원에 외국인 석좌급 교수 등을 충원해 금융 관련 MBA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