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으로 가치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소한 호재라도 노출되면 주가가 급등하는 탓에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가 이전보다 훨씬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이 이미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가치투자자들은 현 상황을 과열로 규정,현금화 비율을 높여 조정에 대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사장은 17일 "시가총액 1위에서 100위 기업의 평균 PBR는 2.7배로 매우 높아졌다"며 "저평가 종목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도 "지금까지 가치주펀드들이 30~40%대의 높은 수익을 내왔지만 이제 이런 고수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10% 내외의 안정적 수익을 꾸준히 올리는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투자자들은 장세 대응 방안으로 △장기간 시장에서 소외됐던 저평가 초대형주 공략 △시가총액 3000억원 미만의 소형주 집중 매수 △현금 비중 제고로 조정장세 대비 등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은 통신주나 유틸리티주 가운데 초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채원 전무는 "중형주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초대형주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펀드의 성격이 가치주에서 대형주 펀드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구 사장은 "시가총액 3000억원 미만의 소형주 PBR는 1.7배이고 1000억원 미만은 1.4배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95% 이상이었던 주식투자 비중을 현재는 60%대로 낮췄다"며 "과거 조선주처럼 저평가된 굵직한 업종이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종목을 편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