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대학을 3개 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정원을 다르게 책정하는 '로스쿨 정원 차등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A급 로스쿨의 학년별 정원은 150명,B급 로스쿨과 C급 로스쿨은 각각 100명과 50명의 정원을 책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기존의 사법고시 합격자 배출수,실무경력을 가진 교수의 수,강의실 규모, 학교의 지원 규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로스쿨을 대ㆍ중ㆍ소 규모로 나눠 정원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등급이 가장 높은 A급 로스쿨의 정원은 15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사법고시 합격생을 50명 이상 배출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 중에서 3~4개 학교가 A급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B급(정원 100명)과 C급(50명) 로스쿨도 각각 10개가량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방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전체 로스쿨 정원 수는 약 2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대학별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변호사 무배출 대학 탈락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졸업생 중 한 명도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로스쿨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정부가 정원 차등제를 도입하는 것은 서울지역 대학과 지방소재 대학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사법고시 합격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는 학교들은 "학교의 수준을 감안해 충분한 정원을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지방소재 대학들은 "외형적인 기준만으로 로스쿨 설치 대학을 결정하면 지방은 로스쿨 불모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대학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원 차등제가 도입될 경우 서울지역 대학에는 100~150명,지방소재 대학에는 50명의 정원을 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과대학 학장은 "로스쿨의 정원을 학교별로 차등화한다는 것에 대해 정부와 로스쿨을 준비하는 법과대학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상태"라며 "공정하게만 운영한다면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복기 연세대 법과대학 학장은 "로스쿨 정원 차등제는 자연스럽게 시행될 것 같다"며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레 (로스쿨 제도가) 우습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철 건국대 법과대학 학장도 "일관된 '룰'만 있다면 법대 교수들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정원 차등 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