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금 거래소(유통관리기구)' 설립이 논의된 것은 금 유통시장이 매우 후진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는 귀금속 산업을 육성하려 해도 지금처럼 무자료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70%를 넘는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금 거래소를 통해 귀금속 세공의 원료가 되는 금괴 거래를 양성화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특소세 폐지,귀금속 제품 개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꾸려진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귀금속 산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2004년 말 기준 귀금속 생산·제조·도소매 업체는 모두 1만7818곳으로 집계됐다.

종업원 수는 모두 합쳐 3만7540명으로 한 업체에 평균 2.2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또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밀수,고금 재가공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무자료 거래되는 금괴가 전체 유통 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으로 수입된 세공용 금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지만 그래도 밀수된 금괴보다 약 9% 비싼 실정이어서 국내 유통물량은 연간 5t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금 유통량이 연간 120~150t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물량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금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정상적으로 수입되는 금괴에 붙던 관세 3%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귀금속 세공의 원료로 공급되는 금괴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일몰 조항을 연장하기로 했다.

밀수금과 정상유통 금괴 사이의 가격 차이를 없애 거래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귀금속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제도도 가다듬기로 했다.

우선 국내에서 만들어진 귀금속 제품의 함량을 표시할 때 가공업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의무화해 허위 표시 때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다.

또 민간 인증기관에 맡겨 귀금속 품질표시 단체 표준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품질에 대한 부당 표시를 관리감독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처럼 거래 질서를 투명화하고 업계가 품질 향상 노력을 하는 것을 전제로 귀금속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도 쓸 계획이다.

우선 200만원 이상 귀금속 제품에 붙던 20%의 특별소비세를 폐지해 고가 보석에 대한 수요를 늘려 내수 기반을 확충해준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귀금속 보석 산업이 특화된 지역을 선정,매년 7억원의 국비가 지원되는 혁신센터를 운영해 업체들의 공동마케팅과 디자인 혁신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관광상품으로서 수요가 커 수출유망품목으로 지정된 자수정 옥 등 공예품을 만드는 업체에 개발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원석을 들여와 세공을 하는 업체에는 20억원 이내에서 운전자금을 3년 거치·5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4.75%의 저금리로 빌려주는 사업도 실시키로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