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전격 단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삼성그룹의 인사·조직 개편은 연초에 실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개편은 연초 대규모 정기인사와 비교해 소폭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변화의 초점이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LCD PDP 등과 같은 디스플레이쪽에 모아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인사의 배경은 한마디로 전자와 SDI의 실적 악화다.

반도체총괄의 경우 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분기에 최악의 실적을 낸 상태다.




삼성SDI도 주력 사업인 PDP 패널 가격 하락의 여파로 1분기에 110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책성' 인사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사는 '분위기 쇄신'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에 자리를 옮긴 임원들이 모두 경영지원이나 재무쪽이 아닌 기술개발 및 제조분야 전문가들이란 점에서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역량 업그레이드를 조준했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도 "이번 인사가 기존 총괄 사장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결코 아니며 조직의 경쟁력과 활력 증진을 위한 전략적 배치"라며 "황창규 사장이나 이상완 사장의 위상과 역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반도체총괄의 경우 생산·제조 분야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황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인사 및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황 사장이 2001년부터 무려 7년간 맡아왔던 메모리사업부장에 조수인 부사장이 발탁된 게 대표적이다.

조 부사장은 지금까지 메모리사업부 내 제조센터장을 맡으면서 반도체총괄 내 최고의 '제조분야 전문가'로 꼽혀왔다.

조 부사장이 맡았던 제조센터장에 발탁된 변정우 전무도 이전까지 15라인 팀장을 맡았던 제조혁신의 전문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국 황 사장에게 메모리사업부를 넘어 전체 총괄의 경쟁력 강화를 고민케 하겠다는 게 이번 인사의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CD총괄의 인사 개편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그동안 LCD총괄은 총괄 사장인 이상완 사장 밑에 별도의 사업부장 직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장원기 부사장을 HD-LCD사업부장,윤진혁 부사장을 모바일 LCD사업부장으로 각각 임명하면서 '1총괄사장-2사업부장'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는 올 들어 LCD사업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고,대형 패널과 중소형 패널 사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사업부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재욱 삼성전자 기술총괄 소속 사장이 삼성SDI 기술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PDP 패널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 담당이던 김 사장은 올초 인사에서 기술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