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넘긴 이랜드 사태 해법없이 표류 ‥ 勞도 使도 정부도 비정규직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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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처우를 둘러싼 이랜드그룹 노사 분규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랜드 계열 홈에버 월드컵몰점을 점거한 노조는 15일 서울·경기 지역 16개 홈에버 매장에서 일제히 선전전을 펼치는 등 노사 간의 '기 싸움'이 계속됐다.
이랜드는 정부 중재로 15일 오후 7시 노동부 관악지청에서 노사 대표가 긴급 회동키로 예정됐지만 16일로 미뤄졌다.
분규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기업과 노조 모두에 딜레마를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접점 못 찾는 비정규직 갈등
사태의 발단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이랜드가 계열 유통회사인 뉴코아의 비정규직 캐시어(현금 계산원)들을 용역직으로 전환하고,기간 만료된 일부 근로자와의 재계약을 해지하면서 비롯됐다.
여기에 한국까르푸를 인수해 설립한 홈에버는 캐시어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선별적으로 직무급(무기근로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노조 측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황을 되레 악화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노·사·정 모두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랜드 노조는 "기존의 비정규직 직원을 용역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한 탓에 법안 시행 전보다 신분이 더 불안해졌고,작년까지만 해도 계약이 만료됐다고 해서 계약 해지를 당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이랜드 사측은 이에 대해 "비정규직법 어디에도 용역직 전환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고용 유연성이 위축된 상황에서 그나마 기업이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자구책은 용역직 전환 정도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노사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지만,중재에 나선 정부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용역직 전환 조치마저 용납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고용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다른 유통업체들은 표면상 큰 잡음 없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롯데마트·삼성테스코 등은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고,현대백화점은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캐시어들의 용역직 전환을 결정했다.
롯데백화점과 GS리테일도 최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파트타이머 캐시어들을 본인이 원할 경우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무기근로계약직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 외에도 일부 유통업체들이 비정규직의 용역직 전환 등을 검토했지만,이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서둘러 무기근로계약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 어떻기에
이랜드 사태를 계기로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어떤 내용으로 짜여져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 법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고 비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외주 용역으로 돌린 것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보호법은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허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즉 유연성과 안정성(flexi-curity)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간제 근로,파견 근로,단시간 근로의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기간제 근로와 파견 근로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설정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했다.
차별 시정과 관련,법에선 동일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이나 복지혜택 등에서 비정상적 차별을 두면 노동위 조사를 거쳐 강제적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차별금지는 법 시행과 함께 당장 적용되고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2년이 지난 2009년 7월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이랜드 측이 비정규직의 계약을 해지하고 외주 용역으로 돌린 것은 차별금지 조항을 의식한 때문이다.
차별대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의 불씨를 사전에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이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게 없지만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랜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계약해지를 하는 과정에서 너무 성급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박동휘 기자 upyks@hankyung.com
지난달 30일 이랜드 계열 홈에버 월드컵몰점을 점거한 노조는 15일 서울·경기 지역 16개 홈에버 매장에서 일제히 선전전을 펼치는 등 노사 간의 '기 싸움'이 계속됐다.
이랜드는 정부 중재로 15일 오후 7시 노동부 관악지청에서 노사 대표가 긴급 회동키로 예정됐지만 16일로 미뤄졌다.
분규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기업과 노조 모두에 딜레마를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접점 못 찾는 비정규직 갈등
사태의 발단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이랜드가 계열 유통회사인 뉴코아의 비정규직 캐시어(현금 계산원)들을 용역직으로 전환하고,기간 만료된 일부 근로자와의 재계약을 해지하면서 비롯됐다.
여기에 한국까르푸를 인수해 설립한 홈에버는 캐시어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선별적으로 직무급(무기근로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노조 측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황을 되레 악화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노·사·정 모두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랜드 노조는 "기존의 비정규직 직원을 용역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한 탓에 법안 시행 전보다 신분이 더 불안해졌고,작년까지만 해도 계약이 만료됐다고 해서 계약 해지를 당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이랜드 사측은 이에 대해 "비정규직법 어디에도 용역직 전환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고용 유연성이 위축된 상황에서 그나마 기업이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자구책은 용역직 전환 정도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노사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지만,중재에 나선 정부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용역직 전환 조치마저 용납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고용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다른 유통업체들은 표면상 큰 잡음 없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롯데마트·삼성테스코 등은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고,현대백화점은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캐시어들의 용역직 전환을 결정했다.
롯데백화점과 GS리테일도 최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파트타이머 캐시어들을 본인이 원할 경우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무기근로계약직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 외에도 일부 유통업체들이 비정규직의 용역직 전환 등을 검토했지만,이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서둘러 무기근로계약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 어떻기에
이랜드 사태를 계기로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어떤 내용으로 짜여져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 법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고 비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외주 용역으로 돌린 것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보호법은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허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즉 유연성과 안정성(flexi-curity)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간제 근로,파견 근로,단시간 근로의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기간제 근로와 파견 근로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설정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했다.
차별 시정과 관련,법에선 동일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이나 복지혜택 등에서 비정상적 차별을 두면 노동위 조사를 거쳐 강제적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차별금지는 법 시행과 함께 당장 적용되고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2년이 지난 2009년 7월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이랜드 측이 비정규직의 계약을 해지하고 외주 용역으로 돌린 것은 차별금지 조항을 의식한 때문이다.
차별대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의 불씨를 사전에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이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게 없지만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랜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계약해지를 하는 과정에서 너무 성급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박동휘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