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MBA 시대] 한국 IT경쟁력 덕분에 해외서 더 대접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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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훈 한국정보통신대 경영전문대학원장 >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국내 최고 정보기술(IT) 전문대학으로 꼽히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University·ICU)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ICU가 설립 때부터 경영학과를 도입했고,지난 10년 동안 경영 분야를 강조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더욱 없다. ICU를 안다는 이들도 대부분 '대전시 유성구'라는 위치와 '정원 150명'이란 작은 규모 정도만을 떠올린다.
IT 벤처붐이 한창이던 97년. ICU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벤처도 경영을 모르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 탄생했다. 모방이 쉬워 범용화가 가능해 업계 1위가 오래 유지될 수 없는 IT 업계의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의 모토도 '경영을 아는 기술인,기술을 아는 경영인'으로 정해졌다.
이의훈 ICU 경영전문대학원장(48·IT경영학부장 겸임)은 "ICU의 경영전문대학원(MBA)이 비록 올 2월 문을 열긴 했지만 'IT-MBA'를 위한 준비는 10년 동안 계속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세계적으로 IT 분야에서 ICU만큼 전문성을 지닌 MBA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ICU는 경영과 기술의 두 분야 모두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ICU의 IT-MBA 학장 인터뷰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형 MBA 학장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는 국내 주요 MBA들 간의 경쟁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ICU는 그 의도에서 약간은 벗어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ICU처럼 작고 매운 대학이 잘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 다른 종합 대학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언뜻 떠올리기에 ICU의 강점은 대전에 근무하는 5만명의 연구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공계 박사 인력 풀로만 보면 서울의 '중간치기' MBA보다도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IT 업계 사람들은 ICU에 대해 잘 압니다. 일반인들의 인지도와 비교할 때 극과 극이죠. 일반인들을 한국정보통신 대학교(ICU)라고 하면 방송통신대학교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처음 설립 당시 학생 모집에 대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IT 업계와 맺어온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IT업계에서 인력을 보내줬죠. 그래서 정원 30명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최근에 IT-MBA 2기 학생 모집을 시작했는데 오고 싶다고 연락 오는 곳이 꽤 있습니다."
-ICU는 IT에 특화된 MBA입니다. 그 뜻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원래 IT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경영을 배우려 오는 것. 둘째,전혀 다른 분야 종사자가 IT를 알기 위해 오는 것. 이 둘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까.
"둘 다입니다. 우선 IT 산업 종사자들의 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IT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IT 업계의 경영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거죠. 그 다음은 IT 업체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IT 기술을 굉장히 많이 활용 합니다. 특히 요즘은 IT가 물처럼 기업 운영에 스며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IT를 활용해 어떻게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까를 배우는 거죠."
-IT 전공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옵니까.
"실무자들도 오고,최고경영자(CEO) 수준에서도 제법 옵니다. 상당히 호응도가 높습니다. 내후년부터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MBA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IT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있습니까.
"사실 수업을 진행하려면 IT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공학 교수들과 함께 기술 과학 수업을 듣게 하죠. 기술을 알고 나면 IT를 경영에 활용하는 게 훨씬 수월해 집니다. 현대모터스에서도 한 명이 와서 이런 목적으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IT 분야에 관한 한 확실한 차별성이 있겠습니다.
"그 부분은 장담합니다. 최소한 IT에 관해서는 서울대 연고대보다 낫습니다. 요즘들어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내 대학들한테 특성화 작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 온 거죠. 또 최근 강조되는 것이 학문 간의 융합과 통합입니다. 사실 이 부분도 우리는 오래 준비해 왔습니다. 생길 때부터 기술과 경영의 융합을 모토로 했으니까요."
-처음부터 경영을 염두에 두셨다는 말씀이십니까.
"97년 당시에 IT에 대한 투자가 한창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학에서 배출된 IT 고급 인력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한 거죠. 기존 종합 대학이 길러내는 인재로는 IT의 미래가 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IT로 특화했습니다. 어떤 인재를 양성할 건인가. 바로 IT 업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IT 리더가 되려면 반드시 경영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네요.
"이공계 분야에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무슨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영을 전공한 사람들은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지만 이공계 출신은 사안을 좁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같은 사고 방식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기업 경영에는 마이너스입니다."
-그래서 기술을 아는 경영인,경영을 아는 기술인이 학교의 설립 목표가 된 거네요.
"기술만 가지고 IT를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지난 벤처붐 이후에 IT 업계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없는 것은 그만큼 IT 업계가 기술만 좋으면 쉽게 따라잡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IT업계를 끌고 나갈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IT 산업은 세계 최고니까 잘 하면 업계에선 최고 MBA가 될 수 있겠습니다.
"현재 동남아시아의 개도국에서 한국의 IT 산업을 배우겠다고 많이들 옵니다. 정보통신부에서 개도국의 공무원이나 IT 관련 인사들을 지원해 주는 ITTP과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IT관련 공부를 시켜주는 겁니다. 이 작업을 ICU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ICU 쪽에서는 이를 활용해 학교를 세계화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는 거죠.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옵니다.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캠퍼스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 IT라는 강한 산업이 있다보니 경쟁력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 MBA가 되려면 일단 노는 물이 좋아야 합니다. 산업이 세계 최고여야 가능합니다. 한국은 그런 기반이 튼튼한 거죠. 사실 다른 MBA들이 해외 유명 대학과 협력을 체결할 땐 돈을 조금 더 주고 보내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ICU의 경우는 다릅니다. 프랑스,아일랜드 등의 세계적인 대학들과 대등한 조건으로 학생을 보냅니다. IT 특화한 대학과 많이 보냅니다. 한국의 IT 산업이 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단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 호텔 경영학과를 예로 들면요. 호텔도 모르고 경영도 몰라서 호텔에서는 정작 경영학과 출신을 뽑지 호텔 경영학과 학생은 선발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특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교수진이 차별적이어야 하고,케이스나 교재도 특화돼야 하죠. ICU는 현재 교수 대 학생 비율이 2 대 1 정도로 교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들을 보면 교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는 특화 MBA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대담=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net, 정리=성선화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국내 최고 정보기술(IT) 전문대학으로 꼽히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University·ICU)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ICU가 설립 때부터 경영학과를 도입했고,지난 10년 동안 경영 분야를 강조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더욱 없다. ICU를 안다는 이들도 대부분 '대전시 유성구'라는 위치와 '정원 150명'이란 작은 규모 정도만을 떠올린다.
IT 벤처붐이 한창이던 97년. ICU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벤처도 경영을 모르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 탄생했다. 모방이 쉬워 범용화가 가능해 업계 1위가 오래 유지될 수 없는 IT 업계의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의 모토도 '경영을 아는 기술인,기술을 아는 경영인'으로 정해졌다.
이의훈 ICU 경영전문대학원장(48·IT경영학부장 겸임)은 "ICU의 경영전문대학원(MBA)이 비록 올 2월 문을 열긴 했지만 'IT-MBA'를 위한 준비는 10년 동안 계속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세계적으로 IT 분야에서 ICU만큼 전문성을 지닌 MBA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ICU는 경영과 기술의 두 분야 모두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ICU의 IT-MBA 학장 인터뷰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형 MBA 학장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는 국내 주요 MBA들 간의 경쟁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ICU는 그 의도에서 약간은 벗어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ICU처럼 작고 매운 대학이 잘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 다른 종합 대학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언뜻 떠올리기에 ICU의 강점은 대전에 근무하는 5만명의 연구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공계 박사 인력 풀로만 보면 서울의 '중간치기' MBA보다도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IT 업계 사람들은 ICU에 대해 잘 압니다. 일반인들의 인지도와 비교할 때 극과 극이죠. 일반인들을 한국정보통신 대학교(ICU)라고 하면 방송통신대학교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처음 설립 당시 학생 모집에 대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IT 업계와 맺어온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IT업계에서 인력을 보내줬죠. 그래서 정원 30명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최근에 IT-MBA 2기 학생 모집을 시작했는데 오고 싶다고 연락 오는 곳이 꽤 있습니다."
-ICU는 IT에 특화된 MBA입니다. 그 뜻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원래 IT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경영을 배우려 오는 것. 둘째,전혀 다른 분야 종사자가 IT를 알기 위해 오는 것. 이 둘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까.
"둘 다입니다. 우선 IT 산업 종사자들의 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IT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IT 업계의 경영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거죠. 그 다음은 IT 업체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IT 기술을 굉장히 많이 활용 합니다. 특히 요즘은 IT가 물처럼 기업 운영에 스며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IT를 활용해 어떻게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까를 배우는 거죠."
-IT 전공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옵니까.
"실무자들도 오고,최고경영자(CEO) 수준에서도 제법 옵니다. 상당히 호응도가 높습니다. 내후년부터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MBA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IT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있습니까.
"사실 수업을 진행하려면 IT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공학 교수들과 함께 기술 과학 수업을 듣게 하죠. 기술을 알고 나면 IT를 경영에 활용하는 게 훨씬 수월해 집니다. 현대모터스에서도 한 명이 와서 이런 목적으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IT 분야에 관한 한 확실한 차별성이 있겠습니다.
"그 부분은 장담합니다. 최소한 IT에 관해서는 서울대 연고대보다 낫습니다. 요즘들어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내 대학들한테 특성화 작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 온 거죠. 또 최근 강조되는 것이 학문 간의 융합과 통합입니다. 사실 이 부분도 우리는 오래 준비해 왔습니다. 생길 때부터 기술과 경영의 융합을 모토로 했으니까요."
-처음부터 경영을 염두에 두셨다는 말씀이십니까.
"97년 당시에 IT에 대한 투자가 한창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학에서 배출된 IT 고급 인력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한 거죠. 기존 종합 대학이 길러내는 인재로는 IT의 미래가 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IT로 특화했습니다. 어떤 인재를 양성할 건인가. 바로 IT 업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IT 리더가 되려면 반드시 경영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네요.
"이공계 분야에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무슨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영을 전공한 사람들은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지만 이공계 출신은 사안을 좁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같은 사고 방식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기업 경영에는 마이너스입니다."
-그래서 기술을 아는 경영인,경영을 아는 기술인이 학교의 설립 목표가 된 거네요.
"기술만 가지고 IT를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지난 벤처붐 이후에 IT 업계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없는 것은 그만큼 IT 업계가 기술만 좋으면 쉽게 따라잡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IT업계를 끌고 나갈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IT 산업은 세계 최고니까 잘 하면 업계에선 최고 MBA가 될 수 있겠습니다.
"현재 동남아시아의 개도국에서 한국의 IT 산업을 배우겠다고 많이들 옵니다. 정보통신부에서 개도국의 공무원이나 IT 관련 인사들을 지원해 주는 ITTP과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IT관련 공부를 시켜주는 겁니다. 이 작업을 ICU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ICU 쪽에서는 이를 활용해 학교를 세계화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는 거죠.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옵니다.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캠퍼스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 IT라는 강한 산업이 있다보니 경쟁력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 MBA가 되려면 일단 노는 물이 좋아야 합니다. 산업이 세계 최고여야 가능합니다. 한국은 그런 기반이 튼튼한 거죠. 사실 다른 MBA들이 해외 유명 대학과 협력을 체결할 땐 돈을 조금 더 주고 보내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ICU의 경우는 다릅니다. 프랑스,아일랜드 등의 세계적인 대학들과 대등한 조건으로 학생을 보냅니다. IT 특화한 대학과 많이 보냅니다. 한국의 IT 산업이 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단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 호텔 경영학과를 예로 들면요. 호텔도 모르고 경영도 몰라서 호텔에서는 정작 경영학과 출신을 뽑지 호텔 경영학과 학생은 선발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특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교수진이 차별적이어야 하고,케이스나 교재도 특화돼야 하죠. ICU는 현재 교수 대 학생 비율이 2 대 1 정도로 교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들을 보면 교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는 특화 MBA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대담=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net, 정리=성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