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4%대인 건강보험료를 2015년까지 8%대로 올리고 담배나 술 등에 '건강세(또는 건강부담금)'를 붙이자는 주장이 나왔다.

또 현재 직장인이나 지역가입자 소득파악에서 제외되고 있는 양도·금융·연금소득 등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건강보험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같은 방안은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 내용이어서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원인인 개혁 과제들은 방치한 채 보험료부터 더 걷을 궁리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200만원 봉급자 보험료 9만→17만원

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인 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위원장 차흥봉 전 복지부 장관)는 11일 '건강보험 미래전략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급속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올해 25조2400억원 규모의 건보 지출예산이 2015년이면 80조26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재원 마련을 위해 국고 지원금 확대(3조→13조원)와 보험료율 인상(월소득 기준 4.77%→8.13~8.76%)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월소득 200만원 직장인의 보험료는 올해 9만5400원에서 8년 뒤엔 17만5200원으로 7만9800원(83.6%) 올라가게 된다.

위원회는 또 2015년이면 그렇게 해도 5조3200억원 정도 부족할 것이라며 △담배와 술에 부과하는 건강세로 3조2400억원 △양도·금융·연금소득에 대한 보험료로 2조800억원을 더 걷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과제는 일정 제시 안 돼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건보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진료비 지불체계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개혁 일정이 제시되지 않은 채 보험료율 인상안만 덜컥 내놨다는 것이다.

예컨대 진료행위별로 수가를 지급하지 않고 질병별로 급여액수를 미리 정해놓는 포괄수가제(DRG)의 경우 도입의 필요성이 일찍부터 제기돼 1997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02년 7월부터 7개 입원 진단군에 한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언제 어떻게 확대할지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역 가입자의 25%(198만7000가구)에 달하는 보험료 체납자 등에 대해서도 형평성 차원에서 어떻게 보험료를 제대로 걷을지에 대해 일언반구 대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출예산 22조원(2006년 기준) 대비 진료비 부당청구 적발실적 140억원이라는 '비상식적인' 현실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건보재정난을 당장 손쉬운 보험료율 인상과 국고지원 등에만 기댄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이 부족한 방안"이라며 "건보 데이터의 공유를 통해 투명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