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줌마 부대'가 국제 외환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으로 등장했다.

이들의 거래 규모가 기관투자가를 능가하면서 엔화를 초약세권으로 밀어넣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엔화 약세에 일방적으로 베팅하고 있어 분위기가 바뀔 경우 외환시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도쿄 아줌마 부대로 불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엔화선물 매도(숏 포지션) 규모는 19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전문 트레이더들이 지난달 26일 현재 갖고 있는 엔화에 대한 숏 포지션 규모 190억7000만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특히 지난달 26일 전문 트레이더들의 엔화에 대한 숏 포지션은 18만8077계약으로 사상 최대치여서 아줌마 부대의 엔화선물 매도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엔화선물 매도는 앞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거나 최소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미리 엔화를 팔고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를 사기 위한 선물 거래다. 현물시장에서 값싼 엔화를 빌리거나 이미 갖고 있는 엔화로 해외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와 같은 범주다.

외신들은 이처럼 값싼 엔화를 대거 팔아치우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을 '도쿄의 아줌마' '도쿄의 맘 앤드 팝'(mom and pop·구멍가게나 영세 자영업)으로 부르며 그들의 위력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아줌마 부대가 큰손으로 등장한 것은 일본의 저금리 때문.일본의 기준금리는 최근 연 0.5%로 올랐지만 국제금리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그러다 보니 엔화를 팔아 기준금리가 연 8%인 뉴질랜드나 연 6.25%인 호주 등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엔화가치는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 12.9%,호주 달러에 대해서는 10.9% 하락했다.

지난 5일 유로화에 대해선 유로화당 167.28엔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서도 6일 달러당 123.16엔으로 떨어졌다. 한 달 안에 125엔까지 하락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엔화 약세에 베팅하기 위해 일본 아줌마 부대들이 개설한 엔캐리 계좌는 작년 말 현재 66만4802개로 1년 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 100만개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계좌는 돈을 빌려서 외환 투자를 할 수 있는 계좌다.

예치금 총액은 49억달러로 1년 전보다 62% 불었다.

예치금을 담보로 최대 10~30배까지 외화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외환 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490억~1470억달러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한때 외환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취리히 노움스(the Gnomes of Zurich)'가 무색할 정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취리히 노움스란 외환 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기 매매를 일삼던 스위스 은행가들을 낮춰 부르는 말로 1950년대 중반에 쓰였다.

일본 아줌마 부대는 엔화 약세에 일방적으로 베팅한다는 편향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순간 엔화가 강세로 돌변할 경우 아줌마 부대는 물론 외환 시장과 국제 금융시장도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시히코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에 대한 편향적인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며 "점진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욕=하영춘/도쿄=차병석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