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 중심의 서비스업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정해 집중육성하고 있다"며 각 국가별 대표 금융도시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에는 인도의 뭄바이,중국 상하이,싱가포르,홍콩,서울,도쿄 등 6개 도시가 올랐다.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금융허브를 꿈꾸는 아시아 도시 가운데 금융규제가 가장 적은 곳으로는 싱가포르가 꼽혔다. 단 하루 만에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장점 덕분에 싱가포르는 작년 한 해 동안 24개의 헤지펀드를 끌어 들였다. 같은 기간 홍콩은 8개에 불과했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의 크기가 작아 중국과 인도 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약점이다.

홍콩도 분발 중이다. 지난달 해외 금융회사 인가에 필요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에겐 큰 매력이다. 낮은 세금과 편리한 공항도 홍콩의 장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라이벌인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여전히 규제가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엔 환경오염도 심각해졌다.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 도쿄는 경제적 위상에 비해 금융허브를 위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러 규제가 외국 자본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04년 이후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4개에 불과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작년 한 해에만 40개의 외국 기업을 끌어 들였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안정성이나 자본유동성 정보화수준 등에서는 단연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상하이는 몇몇 영역에서 이미 뉴욕 런던 등 세계적 금융도시를 추월했다. 기업공개(IPO) 부문이 대표적. 상당수 기업들이 뉴욕이나 런던 등을 마다하고 상하이 증시에서 기업을 공개하길 희망하고 있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의 데이비드 엘던 회장은 "당분간 상하이는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중국 내 도시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최근 톈진에 무역금융센터를 건립했고 베이징도 1조3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등에 업고 금융허브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국가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는 서울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절반가량이 외국인 소유다.

'자본시장통합법' 등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도 높다. 그러나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 정책과 낮은 영어구사력 그리고 최근 들어 비등하고 있는 '반(反) 외국인 정서' 등은 금융허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로 지적됐다.

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배경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뭄바이는 유럽 지역과 시차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지목됐다. 고급인력도 풍부하다. 반면 열악한 인프라와 권위적인 관료체제,외환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 루피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