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한 빌딩의 대회의장에서 열린 OO투자연구소의 투자설명회.회의장을 가득 메운 100여명의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재야 고수라는 'A 회장'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A 회장은 대형 스크린에 비친 코스닥 상장사 B 기업의 주가 차트를 가리키며 "이 종목은 지금 강남의 큰손들이 사모으고 있다"며 "파동 이론에 따라서 지금 세 번 바닥(저점)을 쳤으니,이제 두 번의 상승 기회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지금 내가 증권가에서 대세 파악의 1인자"라며 "나를 따라하면 바닥에서 사 꼭지(고점)까지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종목은 지난 2일 갑자기 8%가량 뛰어올랐다가 다음날 다시 내려앉았다.

최근 증시 활황 속에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중심으로 주말마다 유사 투자자문사의 투자설명회가 줄을 잇고 있다.

1회 참가비는 5만~10만원으로 매우 비싼 편이지만 수백명의 개인투자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5000만~3억원 규모로 투자하는 개미투자자다.

지방에서 원정대를 꾸려 오는 경우도 있다.

부산에서 왔다는 정연순씨(가명·42세 주부)는 "지방에서는 주식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워 광고를 보고 오전 6시 KTX편으로 올라왔다"며 "부모님과 남편,이웃집 가족까지 12명이 함께 왔다"고 말했다.

투자설명회는 대부분 '다음 주 투자 유망 우량주 및 급등주 30개' 등으로 차트상 유망종목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해당 기업의 업종 특징이나 재무제표 분석과 같은 기본적 가치 평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사들은 주로 40~50대 연령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출신으로 자칭 '재야 고수'들이다.

설명회 다음날이면 참석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회원 가입을 권한다.

회원비는 일반 회원의 경우 보통 3개월에 300만원,VIP 회원은 500만~700만원,6개월에 1500만원 선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 투자자문사는 132곳으로,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시 호황에 따라 유사 투자자문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미신고 업체까지 포함하면 훨씬 숫자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유사 투자자문사는 인터넷과 AR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정보만을 제공할 수 있고 확정수익률을 보장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급등주의 비밀이 열린다''우리 회사에 가입하면 대박이 따른다'는 식의 과장 광고가 넘쳐나면서 피해 사례도 적지않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기업의 내재가치 분석 없이 차트 하나만을 갖고 저점과 고점을 논한다는 것은 도박과도 같은 일"이라며 "투자 참고 자료 정도로 이용하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