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적은 중요하지 않아 경쟁력 없는 성장 사상누각"

"단기 실적은 중요치 않다.근본적인 경쟁력 없는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침체에 빠졌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매출과 수익이 조금 나아졌다고 자만하거나 안주하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경계심에서다.

구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7월 그룹 임원 세미나에서 "최근 우리의 사업을 보면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경영성과의 호전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우리가 이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 △그룹 시가총액 50조원 돌파 등 최근의 잇단 호재들이 따지고 보면 제품 수급이나 업황 개선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음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G전자,LG필립스LCD,LG화학 등 LG그룹 주력 3사는 지난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더위로 인한 에어컨 판매급증(LG전자),LCD패널 가격 상승(LG필립스LCD),PVC를 비롯한 제품가격 상승(LG화학) 등 업황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린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구 회장의 판단이다.

구 회장은 "단기적인 매출 확대와 수익 창출에 집중한 나머지 고객만족 활동과 같이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며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과 철저한 고객 만족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함께 진정으로 고객이 인정하는 1등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역량 강화와 고객만족 활동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고객가치경영'을 통해 어떤 대외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사업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