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반독점법과 관련해 재계의 손을 들어줬다.

미 대법원은 28일 판매사와 제조업체 간 '최저가격 협정'(상품 소매가격의 하한선을 미리 정하는 것)이 반독점법에 자동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5 대 4로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은 핸드백 제조사인 브라이튼 리긴에 대한 명품 판매업체 케이스 클로셋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방 및 항소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 케이스 클로셋은 양사가 합의한 가격 밑으로 핸드백을 팔았다는 이유로 브라이튼 리긴이 일방적으로 공급 계약을 파기하자 손해 배상을 요구했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최저가격 협정을 인정하지 않았던 96년간의 미국 관행을 뒤집는 것이다.

하급법원들은 1911년 대법원의 '닥터 마일스 건' 판결을 근거로 판매사와 제조사의 최저가격 시비에 자동적으로 반독점법을 적용해왔다.

거대 제조업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유통업체에 일정 소매가격 이상으로만 팔도록 강요할 경우 공정 경쟁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계는 '공정한 가격에 따른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이익도 커진다'며 최저가격 협정을 법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주장해왔고 최근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같은 판결은 반독점법의 엄격한 집행을 지향하는 37개 주정부 입장과 배치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판매 가격을 기업체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게 돼 소비자 권리가 침해될 것이라는 소비자단체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