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일본 도요타, 첨단공장 쌩쌩 돌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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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등이 멈춰섰던 28일.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한국 언론을 포함한 내외신기자 50여명에게 아이치현 다하라공장의 렉서스LS 제조라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다하라공장의 자동차 생산 능력은 하루 670대.83초마다 도요타의 고급브랜드인 렉서스LS·GS·IS 등 세 가지 모델을 뽑아내지만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는 주문을 대지 못한다.
하이브리드형(연료로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차) 렉서스LS600h는 대당 가격이 12만4000달러(약 1억1600만원)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판다.
렉서스 전용라인인 제3조립공장에서 만난 이즈미야마 요시히로 차장에게 노조 파업에 대해 묻자 껄껄 웃었다.
"파업할 시간이 어디 있나.
주문이 밀려 하루 90분씩 잔업까지 하고 있는데…."
렉서스가 세계 고급 세단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건 역시 품질 때문이다.
품질의 비결은 9400여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112만평의 다하라공장 곳곳에 숨어 있다.
이 공장은 미국 시장조사기업인 JD파워의 평가에서 세계 자동차 공장 중 가장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하라공장이 다른 공장과 차별되는 첫번째 특징은 높은 자동화율.이곳에서 하이브리드형 5ℓ급 엔진을 만드는 엔진공장은 거의 모든 공정을 3차원 작동 로봇이 처리한다.
조립라인도 마찬가지다.
대개 자동차 공장은 차체 프레스와 용접공정 정도만 로봇이 담당한다.
최종 조립은 사람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하라공장은 다르다.
자동차가 미끄러지듯 흐르는 컨베이어벨트 주변엔 첨단 로봇장비들이 설치돼 있어 모듈(부품 덩어리)을 들어 나르며 조립공과 손발을 맞춘다.
그렇다고 다하라공장이 첨단 로봇만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곳곳에 배치된 장인(匠人)들의 손재주와 혼은 렉서스의 품질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이카와 쇼지 도요타 생산기술본부장(전무)은 "첨단 로봇의 혁신적 생산기술과 장인들의 혼을 융합해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특히 '렉서스 장인'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렉서스 장인은 기술과 감성,마인드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기술만이 아니라 렉서스의 디자인과 고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감성,렉서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마인드가 필수다."(이와세 다카히로 다하라공장장) 다하라공장엔 이런 장인이 10여명 있다.
이들은 생산공정별로 배치돼 기능공들을 지휘할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장인의 노하우와 정신을 전수한다.
제3조립공장 2층에 마련된 '렉서스장인 도장(道場)'이 그 현장이다.
이곳에선 하루 4~5명의 근로자가 장인들로부터 현장 노하우와 기능을 배운다.
상자 속에 담긴 볼트와 너트를 한 줌에 정확히 5개,7개씩 집어내는 '손 감각 훈련'도 있다.
이를 통해 1급 기능자 300여명,2급 600여명,3급 1800여명이 배출돼 렉서스 등을 만들고 있다.
제3조립공장의 이즈미야마 차장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다하라공장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하라시(일본 아이치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