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지만 조사부장은 4타수 무안타라고 합디다."

서울중앙지검이 의사협회 정ㆍ관계 로비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한 27일 서초동 지검에서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어려움을 이런 식으로 토로했다. 법원이 서울지검 조사부가 핵심 인물인 장동익 전 의사협회 회장 등에 대해 청구한 영장 4건을 모두 기각하는 바람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섞여 있었다.

검찰이 이처럼 '선수'를 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날 발표한 '성적표'가 영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개월여의 수사 끝에 국회의원 3명을 포함,8명을 불구속기소했고 3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데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관심을 보인 것에 비해 결과물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가 이익단체들의 탈법적인 국회의원 후원금 제공 관행을 근절한다는 큰 의의가 있다"고 애써 강조했다. 또 "영장 기각의 어려움 속에서도 검사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만한 결과라도 나왔다"며 자화자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구속을 못했기 때문에 수사가 어려웠다는 것은 검찰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구속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부득이한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이를 마치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는 검찰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 형사소송법에도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문이 명문화된다. 그동안 잘못된 수사관행으로 여론의 도마에 자주 올랐던 검찰이 왜 이 조문이 명문화되는지 그 이유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올초 동부지검의 한 검사가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해 지검장이 국민에게 사과한 사태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탓하기 전에 수사의 원칙인 불구속상태에서 효율적인 수사 방식을 찾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