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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시련, 새로운 시작…명장들의 '드라마'

"한국 건설 산업은 지나온 60년을 넘어 이제 새로운 미래건설 100년을 위한 출발선에 막 서있다."

지난 20일 '건설 산업 60주년 건설의 날' 기념 행사장에서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은 한국 건설 60주년의 의미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급변하는 국내외 건설 환경 속에서 단지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특유의 투지와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 온 건설업은 이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근대 한국 건설 산업이 태동된 지 꼭 60년이 된다.

대한건설협회의 전신인 조선토건협회는 1947년 5월1일 설립등기를 마치고 임의단체에서 법인단체로 발전했다.

조선토건협회가 창립됐을 때 138개 회원사는 대부분 영세한 '1인 업체'였다.

하지만 60년이 흐른 지금 5만5000개 업체에 연간 계약금액 110조원을 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대한건설협회는 1980년 건설인의 사기 진작과 건설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그해 6월18일을 '건설의 날'로 지정했으며,올해는 20일 기념행사를 가졌다.

건설은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 발전의 양대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고 특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1960~1970년대 고속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경부고속도로 건설(1970) 등 대역사가 완공됐고,특히 1970년대에는 국내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함께 해외건설시장 개척에 나서 연평균 8.4% 경제성장률의 밑거름이 됐다.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따내면서 해외로 처음 진출한 건설업계는 1973년 삼환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건설 공사로 이른바 '중동 붐'의 포문을 열었다.

1981년과 1982년에 이르러 해외건설 수주총액은 각각 137억달러와 133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982년 해외 건설을 통한 외화벌이는 경제성장에 무려 26.4%나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80년대에는 토목에서 주택 200만호 건설 등 건축으로 그 영역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건설 산업은 한층 성숙기에 진입한다.

1990년대 초반 성장가도를 달리던 국내 건설 산업에도 시련이 닥쳐왔다.

성수대교(1994)와 삼풍백화점(1995)의 잇단 붕괴와 1980년대 중반 이후 중동 붐의 퇴조,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1993년)에 따른 국내 건설시장 개방,한국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구한 1997년 말 외환위기는 국내 건설업계에도 엄청난 아픔을 가져다줬다.

국내 유수 건설업체마저 유동성 위기와 부도를 겪었으며 중견ㆍ중소 건설업체들은 무더기로 도산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질 건설투자는 연평균 0.1%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국내 건설 산업은 이 같은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기술개발 및 해외 신 시장 개척 등에 주력한 결과,경영 상태는 빠르게 호전돼 갔다.

21세기 들어 인천국제공항 건설(2001년),서해안고속도로 건설(2001년),10개 월드컵경기장 건설(2002년),경부고속철도 건설(2004년) 등 굵직한 국책사업과 고부가가치 해외 건설 사업을 수행하면서 2003년에는 마침내 수주실적 102조원으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1960년대 이후 황무지에서 출발해 초고속 성장의 레일을 타고 달려 오늘에 이른 우리의 경제사.그 격변의 현장에는 비약적인 발전 이면에 규모를 늘리는 양적인 성장보다 내실을 다져 기업 가치를 높임으로써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한 건설 관련업체들이 있었다.

지금도 건설업계의 '작지만 강한' 기업들은 경부고속도로에서 고속전철까지 명장들이 쓴 드라마의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유혈이 낭자한 시장에서 기술로 틈새를 공략하는 건설회사,무한책임 사후관리서비스로 무장한 건설엔지니어링 기업들,그리고 투명성과 자질을 갖춘 우량 시행기업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정책과 서비스의 변화 속도를 미리 예측하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건설 한국의 디자이너(Designer)들은 과거에도,지금도 우리 경제의 주역이 아닐 수 없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