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요 확대.현물값 30% 상승 재료로

올 들어 급락을 거듭해오던 D램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마침내 하락세를 멈췄다.

메모리반도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해외 PC업체들을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가격협상 주도권도 종전 해외 PC업체들로부터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메모리반도체 업계로 넘어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D램 고정거래가격은 이달 초와 동일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통상 2주일에 한 번씩 반도체업계와 PC업계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고정거래가격은 올 들어 매번 3∼5%씩 하락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거래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은 그동안 D램 가격 하락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하반기의 계절적 수요 확대를 앞두고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D램 현물값이 30%가량 상승한 것도 고정거래가격 추가 하락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물가격은 연초 대비 30% 수준까지 폭락했다가 최근 40% 선으로 올라선 상태다.

D램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세를 얻으면서 HP와 델 등 해외 PC업체들이 한 달,두 달짜리 장기 공급계약을 요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대규모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자는 움직임이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면서 그동안 대형 거래처에 끌려다니던 반도체업체들이 가격 주도권을 되찾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가격을 조금 올려서라도 장기계약을 맺고 싶다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하지만 가격상승기에 장기계약을 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D램 고정거래가격이 다음 달 이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낙폭이 깊었던 만큼 반등 탄력도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이 생산효율이 높은 신(新)공정을 도입,공급량을 상반기보다 다소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D램 수요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점 때문에 향후 D램 값의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