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그동안 TV브라운관과 PDP패널을 주력사업으로 삼아왔다.

현재 이 회사의 TV브라운관 시장 점유율은 30.5%로 세계 1위다.

1970년 흑백 브라운관을 출시한 이후 37년간 브라운관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2002년 시작한 PDP패널에서도 현재 일본 마쓰시타,LG전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는 PDP패널에 4300억원을 투자해 월 61만장(42인치 기준)의 패널을 양산,업계 1위 마쓰시타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주력사업의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꽤 괜찮은 성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2000년 들어 LCD TV와 PDP TV 등 디지털 TV의 등장으로 주력사업인 브라운관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당연히 실적도 나빠졌다.

얇은 평판 디스플레이에 맞서 슬림형 브라운관 제품을 출시했지만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PDP패널도 마찬가지.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패널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은 점점 악화돼왔다.

주력사업의 부진은 지난 1분기에 '9분기만의 적자전환'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236억원 흑자에서 올 1분기에는 1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SDI가 주목한 새 수익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OLED'는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에 비해 화면 응답속도가 1000배나 빠르고 별도의 광원이 필요없는 특성을 살려 기존 제품보다 훨씬 얇게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그동안 일본 샤프 후지쓰 파이어니어 등이 개발에 나섰지만 기술상의 난점과 높은 생산비용 등의 이유로 양산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SDI는 2005년 11월 4655억원을 투자해 천안에 능동형(AM)-OLED 전용 양산라인을 짓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OLED 본격 양산에 나선 것.게다가 삼성SDI는 생산하기는 쉽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아몰퍼스 실리콘(α-si)' 방식 대신 생산하기는 어렵지만 성능은 월등한 '저온폴리 실리콘(LTPS)'방식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현재 이 공장은 제품 시생산을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

라인 건설과 함께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5월 삼성SDI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 0.52㎜의 2.2인치 AM-OLED를 개발했다.

삼성SDI가 이처럼 OLED 선제투자에 나선 것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그동안 브라운관 LCD PDP 등 기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모두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먼저 시장을 개척한 후 한국 기업들이 뒤따라가는 양상이었지만 OLED는 그 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