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소재 업체인 샤인(대표 신이현)은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3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이 자금으로 니켈 함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내식성은 기존 제품보다 우수한 '자동차 및 선박용 스테인리스 와이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김문곤 샤인 상무는 "그동안은 기술개발 자금을 구하려 해도 투자업체들이 IT(정보기술) 분야가 아니라며 외면하기 일쑤였다"며 "이번에는 산업은행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 쉽게 자금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동양기전(대표 양재하)도 얼마 전 신한은행 산업은행 두산캐피탈 등 3개 투자기관으로부터 26억5400만원의 기술개발 자금을 유치했다.

김현석 두산캐피탈 심사역은 "이 회사가 개발하려는 제품은 창문이 닫힐 때 유아의 손끝만 닿아도 무게를 감지해 닫히던 창문이 열리는 자동차용 파워 윈도 모터"라며 "제품의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은행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사 등 투자업체들의 기술 투자 패턴이 최근 들어 확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IT' 분야보다 기계 금속 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에 따라 일반 제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IT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신기술금융사 창투사 등 107개 투자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회장 신용웅)가 18일 발표한 '2007년 투자 연계형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 투자 현황'에 따르면 투자업체들은 산업기술평가원의 기술평가를 통과한 60개 중소기업 가운데 47곳에 총 954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화학 기계 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에 투자한 금액은 606억원으로 IT(348억원)보다 74.1%나 많았다.

지난해 같은 사업에서는 IT 투자가 452억원으로 일반 제조업(330억원)보다 36.7% 높았다.

투자업체 수도 일반 제조업이 지난해 18개에서 올해 29개로 늘어난 반면 IT는 20개에서 18개로 감소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2007년 1분기 창투사 업종별 투자 현황'에서도 두드러진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창투사들은 신규 투자액 1775억원 중 606억원을 일반 제조업체에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3억원)에 비해 62.5% 증가한 것이다.

반면 IT 업체 투자는 522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762억원)보다 31.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업종별 투자 비중은 일반 제조업이 34.1%로 지난해 같은 기간(19.4%)보다 14.5%포인트 증가한 반면 IT는 29.4%로 10.3%포인트 감소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이사는 "분기 집계이긴 하지만 창투사의 일반 제조업 투자가 IT 투자보다 앞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투자업체들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IT산업보다는 수익률은 낮지만 투자 안정성이 높은 제조업 분야로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인 프리미어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이나 신규 설비 증설시 은행 대출보다는 투자 유치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계주/송태형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