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복거일씨의 레제드라마(공연을 전제하지 않고 쓴 희곡) 형식의 소설 '그라운드 제로'가 연극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복씨가 대표로 있는 문화미래포럼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대학로의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복씨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래 작품을 연극 형식에 맞게 줄이고 고쳐서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원로 연출가 정일성씨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는 진보적이라 믿지만 현재 좌파들도 반성의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그라운드 제로'(원자폭탄 피폭 중심지)는 목성의 위성인 개니미드에서 29세기에 벌어지는 핵전쟁을 통해 21세기 한반도의 상황을 풍자적으로 드러낸 작품.'이스트'와 '웨스트'로 갈라진 개니미드를 통해 남북 간의 핵을 둘러싼 갈등을 직접적으로 다뤘다.

특히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한 정부에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실제 작가는 "핵무기는 북한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남한 정부의 원조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품 안에서도 북한을 의미하는 '웨스트'가 잘 사는 '이스트'에게 핵무기 철수를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나온다.

연극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노무현 정권에 대한 풍자를 더 많이 담았다.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부터 브리핑룸 통합까지 시의성있는 문제들을 재치있게 다뤘다.

그동안 우파 정권에 대한 풍자만 있었지 좌파 정권에 대한 것은 없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복씨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열등감이 강한 사람으로 자기가 당한 것은 반드시 앙갚음하려 한다"며 "이번 기자실 통폐합에 관한 것도 대통령이 너무 주목받고 있다보니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보다 사회의 기준을 따르는 것을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민족사회주의자"라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민족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