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오늘 아침 뉴스 보셨죠?" 13일자 '주요 사립대 내신 4등급까지 만점 검토' 기사에 대한 외고들의 반응을 듣기 위해 아침부터 전화를 돌렸다.

사실상 내신이 무력화되면 외고가 최대 '수혜주'가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외고의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다.

"아니,무슨 뉴스요?"서울 강동의 H외고 이모 교장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화여대,연세대 등 사립대들이 내신을 1~4등급까지 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교육부가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요." 기자가 이렇게 설명하자 이 교장은 "아~그래요.

처음 들었는데요.

오늘 교사들이 회의 시간에도 얘기 안 하던데요.

우리 교사들이 관심 없나 봅니다."

H외고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서울 지역 외고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

아직 소식조차 못 들은 교장이 대부분이었고,알았다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12일 저녁 첫 보도로 교육인적자원부와 주요 대학 관리처장들의 전화통에 불이 났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D외고 강모 교장은 한술 더 떴다.

"그런데 왜 4등급까지 만점을 준다고 합디까?" 그는 주요 사립대의 의중을 기자에게 물었다.

"내신보다는 수학능력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도 아닐까요?" 답변을 들은 강 교장은 "결론을 봐야죠.대학이 언제 교육부와 싸워서 이긴 적이 있었습니까.

이젠 입학 정책에 신물이 나서 정작 학생과 교사는 신경도 안 씁니다." 그의 냉소적 말투에서 교육 기관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묻어났다.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은 교사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M외고 고3 담당인 김모 교사는 "외고는 어차피 불리한 내신을 감수하고 있어요.

내신에 대해 워낙 말이 많다보니 여기에 일희일비하면 '바보'되기 십상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미 수능준비에 돌입했다는 H외고 여학생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신경쓰지 말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게 상책"이라고 쏘아 붙였다.

늘 티격태격하는 교육부와 대학 사이에서 휘둘렸던 학생과 교사들은 이제 '의연하게' 살아남는 비법을 깨친 듯했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