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계급,그들은 누구인가.' 요즘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제3의 계급'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새롭게 등장한 사회집단을 일컫는 말. 주로 자영업자,자유직업 종사자,지식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중국공산당이 규정한 양대 계급인 노동자ㆍ농민,지식분자(지식인)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제3의 계급'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관영 인민일보는 현재 '제3의 계급'이 5000만명 정도라고 분석한다. 변호사,은행 컨설턴드,민영기업 사장,스포츠 스타 등이 그들이다. 이들과 관련이 있거나,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을 합치면 약 1억5000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제3의 계급은 중국경제의 주역이기도 하다. 인민일보는 이들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 규모에 해당하는 10조위안(1위안=약 120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전체 기술특허의 절반이 이들 몫이다. 이들은 또 중국 세수의 3분의 1,신규 취업 인력의 절반 이상을 떠맡고 있다. '제3의 계급'이 노동자ㆍ농민을 제치고 중국사회의 핵심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공산당과 관영 언론이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집단의 정치적 성향이 현 체제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내에서 사회통합,계층ㆍ지역 간 갈등 해소 등을 맡고 있는 통일전선부는 3년 전 '신사회계층 연구반'을 조직,이들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정치세력으로 발전할 것에 대비,공산당 틀 속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새로 탄생한 거대한 사회계층이 반(反)당 성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제3의 계급' 중에는 체제의 간섭을 꺼리는 자유직업 종사자가 많다. 또 비(非)당원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공산당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발전하고,민간의 힘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 이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공산당의 과제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우덕 국제부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