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서울 강북구 모지점의 지점장은 최근 들어 은행 문을 열기 전에 갖는 아침 회의 때마다 직원들에게 대출과 예금을 늘릴 것을 독려한다.

예전에 비해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

은행에서 수익성보다 여신액과 수신액 같은 총액 기준으로 지점의 실적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캠페인 때는500점 만점에 400점을 총여신에 배정했고 올 들어선 총여신 가중치는 줄이는 대신 총수신 가중치를 늘리고 있다.

전체 5~6개 평가 항목 중 여신액과 수신액의 가중치 비중이 60% 안팎에 이른다.

내실과 안정성 중심으로 정평이 나있는 신한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가 경쟁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신한은 작년까지만 해도 '이익이 나는 곳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일단 덩치를 키우고 보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듯하다.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해 작년까지 통합작업을 벌이는 사이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 오겠다는 포석이다.

지금 몸집을 불리지 않으면 은행권 선두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실지(失地) 회복'을 강조해 온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6월 월례조회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가일층 노력을 경주하자"며 영업을 독려했다.

이처럼 바뀐 분위기를 증명하듯 신한은행은 최근 집단대출 시장에서 파격적인 금리를 앞세워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연 5.4% 안팎의 금리를 제시,1조원 대출 규모인 동탄신도시 2차 분양 물량을 비롯해 오산 원동지구(1500억원)와 인천 논현지구(1000억원) 등 집단대출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경쟁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최소 0.7~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이는 관례를 깨고 출혈성 금리를 제시한 결과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정우삼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과장은 "잔금 대출 이전에 나가는 중도금 대출 때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농협 등이 대부분을 차지해 잔금 대출 때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영업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한 지자체 시금고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130억원의 아시안게임 지원금과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주고 인천시금고 운영권을 따냈다.

또 충북은행을 인수한 조흥은행의 연고를 십분 활용,올해 재계약이 이뤄지는 대전시(농협)와 충북도(하나은행) 금고 유치도 노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0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국민연금의 주거래 은행에 선정됐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올해 여·수신 증가율에서 4대 은행 중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중기대출의 경우 5월까지 6조3364억원을 늘려 18.2%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민 우리 하나 등 경쟁 은행들도 신한의 공격적 영업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는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은행 수익성은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덩치를 키우려는 목표를 충분히 이뤘다고 보고 하반기에는 다시 수익성 위주로 경영 전략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