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공계는 스스로 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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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相 根 < 과기원 수리과학부 교수 >
이공계 기피라는 이야기는 이제 지겨워서 거부감이 생길 지경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고등학생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분명 아닌데,이과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로 몰려가고 나머지 학생들이 타 전공분야로 가는 현상일 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대기업이 원하는 이공계 인력을 정부가 나서서 각종 유인책으로 싼 값에 챙겨주기가 이제 힘들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기피 원인을 이공계 사람들도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떤 소외된 집단이나 마찬가지지만 결국 이공계 사람들 스스로 나서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먼저 교수들 얘기를 해보자. 외환위기 직후 나라에서 공학자에게 주는 어떤 커다란 상을 심사한 분이 한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몇몇 이공계 교수들이 수상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후보자가 출원한 특허가 미화 500억달러에 해당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심사위원회의 분위기는 그 후보자에게 상을 주자는 것이었는데,내게 그 이야기를 해준 분이 "그 돈 500억달러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라를 외환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고,우리는 후보자에게 이런 시시한 상이나 주려고 심사할 게 아니라 청와대가 나서서 이 후보자를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존경받게 해달라고 해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이 아닌가"라고 지적해서 상은 다른 사람이 받았다고 한다.
이 일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수상 과정을 설명하자면 보통 다섯 명 정도가 연명해서 추천서와 후보자의 공적조서를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 과정은 후보자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후보자 본인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그것은 추천에 동의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주는 일이다.
그러면 의문점이 생긴다. 500억달러 공적조서는 도대체 누가 작성했으며 후보자는 어째서 거기에 동의했고, 심사위원들은 왜 그것을 이유로 상을 주자고 했을까. 이 모든 것은 상당수 이공계 사람들이 사회에 극도로 무관심하고 무지하며, 자신이 하는 분야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줄 아는 편협함을 보여준다. 특허료 수입 330조원이라는 그런 종류의 허황된 말은 이공계 사람들이 예전부터 만들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학생들 얘기를 해보자. 특히 실험분야의 대학원 학생들을 보면 지도교수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추종이 안타깝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과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접촉이 없어서 처음부터 좁은 시야를 가져서일까,창의성을 가졌던 수재들이 유인책에 말려 이공계를 다니면서 대량생산된 풀빵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길들여져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기 힘들 때가 많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실험실에 정해진 출퇴근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정부의 각종 연구지원금이 대학원생 개개인의 실명통장에 직접 입금된다.
그 돈을 가로채는 나쁜 교수들이 있다는 불평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교육부 BK21 사업이나 누리사업 게시판에 종종 나타나는데,그렇다면 교수는 무슨 재주로 학생의 현금카드와 비밀번호,통장,인감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입에 떠 넣어 주는 밥도 못 찾아 먹는 지경인데 공무원들이 무슨 재주로 거기까지 감시하고 챙겨준다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보자. 어린 초등학생도 엄마가 준 용돈을 남에게 쉽게 내주지 않는다. 그 바닥에서 찍히면 취직하기 힘들다는 말도 학생들이 흔히 뒤에서만 하는 변명이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넘나들고 동영상 하나로 사회여론을 움직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일이 되면 지금도 세상이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틀렸다.
대한민국 대부분 이공계 대학 교수들이 그렇게까지 썩지는 않았다는 것을 학생들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그들도 한때는 피가 끓는 학생이었다. 아니면 그렇게 썩었기를 원하고 자기도 줄만 잘 서서 나중에 그런 식으로 끝내주게 교수생활을 하고 싶어서 입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것일까.
이공계 기피라는 이야기는 이제 지겨워서 거부감이 생길 지경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고등학생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분명 아닌데,이과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로 몰려가고 나머지 학생들이 타 전공분야로 가는 현상일 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대기업이 원하는 이공계 인력을 정부가 나서서 각종 유인책으로 싼 값에 챙겨주기가 이제 힘들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기피 원인을 이공계 사람들도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떤 소외된 집단이나 마찬가지지만 결국 이공계 사람들 스스로 나서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먼저 교수들 얘기를 해보자. 외환위기 직후 나라에서 공학자에게 주는 어떤 커다란 상을 심사한 분이 한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몇몇 이공계 교수들이 수상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후보자가 출원한 특허가 미화 500억달러에 해당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심사위원회의 분위기는 그 후보자에게 상을 주자는 것이었는데,내게 그 이야기를 해준 분이 "그 돈 500억달러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라를 외환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고,우리는 후보자에게 이런 시시한 상이나 주려고 심사할 게 아니라 청와대가 나서서 이 후보자를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존경받게 해달라고 해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이 아닌가"라고 지적해서 상은 다른 사람이 받았다고 한다.
이 일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수상 과정을 설명하자면 보통 다섯 명 정도가 연명해서 추천서와 후보자의 공적조서를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 과정은 후보자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후보자 본인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그것은 추천에 동의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주는 일이다.
그러면 의문점이 생긴다. 500억달러 공적조서는 도대체 누가 작성했으며 후보자는 어째서 거기에 동의했고, 심사위원들은 왜 그것을 이유로 상을 주자고 했을까. 이 모든 것은 상당수 이공계 사람들이 사회에 극도로 무관심하고 무지하며, 자신이 하는 분야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줄 아는 편협함을 보여준다. 특허료 수입 330조원이라는 그런 종류의 허황된 말은 이공계 사람들이 예전부터 만들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학생들 얘기를 해보자. 특히 실험분야의 대학원 학생들을 보면 지도교수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추종이 안타깝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과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접촉이 없어서 처음부터 좁은 시야를 가져서일까,창의성을 가졌던 수재들이 유인책에 말려 이공계를 다니면서 대량생산된 풀빵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길들여져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기 힘들 때가 많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실험실에 정해진 출퇴근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정부의 각종 연구지원금이 대학원생 개개인의 실명통장에 직접 입금된다.
그 돈을 가로채는 나쁜 교수들이 있다는 불평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교육부 BK21 사업이나 누리사업 게시판에 종종 나타나는데,그렇다면 교수는 무슨 재주로 학생의 현금카드와 비밀번호,통장,인감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입에 떠 넣어 주는 밥도 못 찾아 먹는 지경인데 공무원들이 무슨 재주로 거기까지 감시하고 챙겨준다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보자. 어린 초등학생도 엄마가 준 용돈을 남에게 쉽게 내주지 않는다. 그 바닥에서 찍히면 취직하기 힘들다는 말도 학생들이 흔히 뒤에서만 하는 변명이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넘나들고 동영상 하나로 사회여론을 움직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일이 되면 지금도 세상이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틀렸다.
대한민국 대부분 이공계 대학 교수들이 그렇게까지 썩지는 않았다는 것을 학생들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그들도 한때는 피가 끓는 학생이었다. 아니면 그렇게 썩었기를 원하고 자기도 줄만 잘 서서 나중에 그런 식으로 끝내주게 교수생활을 하고 싶어서 입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