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캐피털 할부금융 등 자회사를 설립해 고금리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금융 시장을 누가 맡아야 할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사들이 서민금융을 회피하는 사이 서민이나 저신용층이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으로 내몰리고,외국계 대부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독식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공익차원에서라도 서민금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권 역할론 주문 늘어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민금융 정상화를 위해 은행권이 캐피털 등 자회사를 설립해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금리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고금리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람들이 이 시장을 색안경을 쓰고 보기 때문에 은행들이 회피하고 있다"며 "이런 정서와 현실의 틈을 외국계 대부업체가 마음껏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자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어 문제"라며 "제도권 금융회사가 활동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도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를 통해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할 경우 경쟁이 촉발되고 금리도 낮아지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률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고금리를 부과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재 국민정서는 무조건 고금리를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한 해 동안 본업에서만 1조~3조원의 이익을 남기는 시중은행들이 몇 백억원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현실적으로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나금융은 이와 관련,수익성보다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3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은행권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서민금융 주체는?

서민금융 시장을 담당할 주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설립취지로 보면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을 활성화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며 "저축은행의 신규 설립과 퇴출을 자율화하고 감독당국이 서민대출 활성화를 유도하면 해당 시장에 자금공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HK저축은행은 1일부터 최고 56%의 금리가 적용되는 개인 신용대출을 선보인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부업체보다 낮은 40~50%대의 금리가 적용된 상품으로 대부업체 이용고객을 제도권으로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