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사립대학 적립금을 주식 투자 등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대학을 옥죄고 있던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3불(不)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으로 고조된 대학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2개월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3불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해온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장소를 마지막 순회 설명회인 수도권대학 총장 간담회로 잡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대학 재정 운용에 숨통 트일듯

이번 조치로 대학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돈 벌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적립금의 주식 투자를 통해 금융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첫번째.주류나 담배판매 여관업 등 일부 미풍양속을 해치는 사업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기업을 학교가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교내에 여유 부지가 있는 학교들은 영리 목적으로 교내에 헬스클럽 기숙사 등의 시설을 짓고 싶어하는 민간인을 유치,토지 임대료 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박성훈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재정 확충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학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주식 투자다.

대학 관계자들은 내년 중 1조원가량의 대학 적립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전체 투자금액의 5분의 1~3분의 1가량을 주식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영래 연세대 예산조정부장은 "미국의 하버드대가 적립금 80% 이상을 주식형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듯 한국 대학들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대학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초기에는 블루칩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학 지원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교육부는 대학들의 재정 운용과 관련한 규제 완화와 함께 교수들의 교육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연구사업에만 예산을 집중하다 보니 연구는 첨단을 걷지만 강의는 10~20년 된 강의노트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교육부는 내년부터 각 대학 유명 교수의 강의 내용을 타 대학과 일반인도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할 방침이다.

강의 잘하는 교수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와는 별도로 '우수강의상'(The Best Lecture Awards)을 신설해 대통령 표창도 수여할 예정이다.

105개 대학에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한 교수학습지원센터(CTL)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CTL은 교수들에게 교수법과 관련된 컨설팅을 해주고 수업 기자재도 빌려주는 조직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30개 CTL을 선정,3억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도 마련된다.

교육부는 졸업생이 자신의 대학 교육만족도를,기업은 대졸 신입생에 대한 만족도를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형석/이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