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한국 백년大計] 세계최강 '造船한국' 100년 포트폴리오 짜라
지난달 초 조선·해운시황 전문분석기관 클락슨이 발표하는 세계 조선소 순위에 중국의 한 조선소가 5위로 이름을 올렸다. 다롄조선과 신다롄조선이 합병해 탄생한 다롄선박중공이다. 이 조선소는 3월말 현재 283만8000CGT(표준화물t수)의 수준잔량을 기록,그동안 5~6위 그룹을 형성했던 현대삼호중공업과 STX조선을 한 계단씩 밀어 냈다.

국내 조선업계는 "5~10위에 속하는 조선소들은 200만CGT 근방에 몰려 있어 순위가 쉽게 바뀔 수 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마냥 뒷짐지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등의 위협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조선 100년대계'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선박은 조선 시장에서 자동차로 치면 렉서스급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조선 브랜드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장기간 세계 최강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경우 렉서스의 후광에 힘입어 코롤라,캠리도 잘 팔리듯이 우리 조선도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쌓은 브랜드를 활용,고급선박과 범용선의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유지한다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술융합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라

조선산업의 리더로서 장기간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인 관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고하게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기 투자가 필요한 '신개념·미래·차세대 기술 및 선박 개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경우 미래·차세대 기술개발보다는 단기 애로기술 및 수익 제품의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업계 공동의 기술개발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는 "조선산업이 최근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IT,BT,NT 등 첨단산업이 접합된 기술융합적 산업으로 변모되고 있다"며 "조선공학을 기계,재료,건축,전기,디자인,생물학,물리학 등 여러 학문들이 융합된 종합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련공을 키워라

국내 조선산업의 위상을 유지·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지속적 공급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향후 3년간 매년 3000여명의 조선기능인력이 부족해 국내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08년에 인력수요가 1만2483명까지 급증하지만 공급은 8075명에 불과해 무려 4408명의 인력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조선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이 1997년 37.6세에서 2002년 40.3세,2004년 41.4세,지난해 41.7세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 고령화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훈 목포대 선박해양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국의 위상을 지키려면 조선기술교육원 등을 통한 기능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자재 산업도 함께 육성해야

[조선한국 백년大計] 세계최강 '造船한국' 100년 포트폴리오 짜라
조선기자재산업의 발전은 조선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은 1990년대 들어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기술도 많이 발전했으나 대외신뢰도는 아직도 낮은 편이다. 또 인터넷 기반 상거래 등 정보화가 미흡한 실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LNG선·여객선 등 고부가가치선용 기자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자재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집약적 기자재의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개발 등에 정책적 지원이 계속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산성 향상에 가속도 내라

생산효율성과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가 중국을 멀찌감치 앞서 있다. 조선 기자재의 국산 탑재율은 중국이 40%에도 이르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85%,일본은 95~98%에 달한다. 또 선박 건조에 소요되는 시간도 중국은 40~50MH(1일 시간 단위)/CGT에 달하는 반면,한국은 15~20MH/CGT,일본은 10~15MH/CGT 수준이다. 하지만 인건비ㆍ재료비 등 비용 측면에서 일본,우리나라보다 중국이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조선소 노동원가는 1인당 연 3881달러다.

일본은 중국의 9.3배,한국은 4.3배다. 선박용 강재 가격도 중국은 t당 400달러로,일본(520달러)과 한국(620달러)에 비해 t당 120~220달러가량 저렴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에 가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