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어미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자……?

저 소리 좀 들어봐…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록 당신이 키웠잖어… 당신이……

등과 등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를

이렇게 듣기도 한다

담이 결린 것처럼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어둠이 좀처럼 지나가 주지 않을 때

새벽녘 아이 오줌 누는 소리에라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야 할 때

-나희덕 '물소리를 듣다' 전문





우리는 만나서 이렇게 살아왔다.

많은 서운함과 그 만큼의 상처를 달래는 동안 세월이 흘렀다.

두 마음의 엇갈림에 창백해지던 저녁.돌아누운 당신의 등에 고여 있던 막막한 어둠.부부란 갈등 없는 관계가 아니라,허둥지둥 갈등을 풀어가는 관계임을 이제야 알겠다.

당신 손을 거쳐 빛나는 것이 어디 아이뿐이겠는가.

메워지지 않은 상처를 안고도 함께 살아주고 있음에 가슴 저릿할 뿐.언젠가 또 다른 상처와 절망을 안겨줄 것을 알기에 더 안타까운 것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