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되자 즉각 반대 진영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5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된 협정문안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독소조항이 많다"며 "FTA 협상을 철저히 검증해 분야별 결과를 계속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범국본이 의문을 제기하는 조항은 지식재산권 분야에 몰려있다.

협정문 '18장 지식재산권'에 첨부된 2번째 부속서한에는 "양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대한민국은 또한 소위 웹하드 서비스를 포함하여 무단 다운로드(및 그 밖의 형태의 불법복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특히 개인 간 파일공유서비스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인터넷상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집행을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조항이 나와있다.

범국본은 P2P 웹하드 등의 사이트가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즉각 폐쇄조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국본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일어나도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토록 하는 저작권법이나 국제조약은 없다는 주장이다.

범국본은 또 "의약품 분야에선 약품 가격 결정에 있어 A7(미국 독일 프랑스 등 7개 의약품 선진국) 최저가 보장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경쟁적 시장 도출' 가격의 보장을 명문화하면서 사실상 선진국 평균 약값을 한국에서도 적용하는 것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특허 관련 협약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특허권이 강화된 협약이란 주장도 나왔다.

특허 연계 조항에 대해 "정부는 국내 이행조치를 통해 특허 연장 기간을 9개월로 한정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런 조항은 없으며 30개월의 특허 연장 효과가 발생할 경우 이 조치 하나만으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추가 국민부담액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논란이 돼온 투자자·국가 간 제소제(ISD)와 관련,당초 "대상에서 부동산과 조세를 빼기 위한 조항을 집어넣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였는데 부속서엔 '부동산 가격 안정화'란 용어와 괄호 속에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써넣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조세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제외되며 조세가 수용에 해당할 경우 ISD를 적용하되 ISD 절차를 밟기 전에 한국 재정경제부와 미국 재무부가 먼저 협의하기로 했다.

조세정책이 ISD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범국본은 개성공단과 관련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조항은 권고사항에 그친다고 해석했다.

즉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해도 즉각적 구속력이 없으며 미 의회의 승인이 있고 나서야 인정된다는 얘기다.

결국 개성공단 문제는 미국의 대북한정책에 종속됐다는 것이 범국본의 주장이다.

자동차 분쟁이 생길 경우 패널의 판정 결과가 이행되지 않으면 관세를 다시 FTA 이전으로 환원하는 '스냅백 조항'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범국본은 또 협정문의 양해각서가 공개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양해각서의 존재 유무와 그 내용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