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정을 등에 업고 한국 쇠고기시장 전면 진출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OIE는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분과회의에서 미국을 캐나다 등과 함께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controlled BSE risk country)'로 판정,갈비 등 뼈 있는 부위의 쇠고기까지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기 무섭게 "모든 미국산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안전한 교역을 위한 과학적 증거들을 지지한 데 환영한다"며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월2일 OIE 지침을 존중할 것이라고 선언한 사실을 주목한다"고 압박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말께 한국 정부에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LA갈비 등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올 추석(9월25일)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갈비 등 '뼈있는 쇠고기' 추석 이전 수출 재개될 듯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척추와 편도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등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나머지 부위의 모든 쇠고기를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은 이르면 이달 말 우리 정부 쪽에 지난해 1월 체결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자고 요구해 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행 수입위생조건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로 돼 있어 미국은 쇠고기 갈비 등을 한국에 수출할 수 없다.

2003년 6월부터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 쇠고기에 대해서도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지난 1월 "한국의 캐나다산 쇠고기 전면 수입금지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생검역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개방공세를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과 캐나다의 쇠고기 도축현장 점검 등 위생조건 변경절차인 8단계 수입위험분석(import risk analysis)작업에 곧 착수하기로 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현장조사 등을 상당 부분 진행해왔기 때문에 3개월 정도면 분석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에는 2003년 12월 이후 중단돼 온 미국산 갈비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농림부 관계자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 분석작업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경우 기존 데이터들이 많기 때문에 속도를 내면 3~4개월 내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업체들,수입물량 수위 신중히 조절

수입업체들은 당분간 정부 조치를 지켜봐가며 수입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주로 수입하는 농축산물공급센터 무역팀 허건 과장은 "다음 달 100t가량의 미국산 쇠고기만 들여올 예정"이라며 "뼈 있는 쇠고기는 아직까지 수입할 계획이 전혀 없고,정육을 중심으로 물량을 서서히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A 수입업체 관계자도 "이달 국내 수입업체들이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와 체결한 쇠고기의 총 물량은 컨테이너(한 개당 18t) 500∼700개 정도로 3개월에 걸쳐 조금씩 반입될 것"이라며 "국내 소비심리 등으로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선 대부분의 수입업체들이 아직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갑자기 많은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3일 현재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는 총 69t.이 가운데 폐기되거나 반송처리된 물량은 48㎏(3박스)으로 모두 뼈가 발견된 것들이다.

현승윤/장성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