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비자와 정유업계의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소비 억제를 위해서라도 유류세를 인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류세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가격인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22일 국제 시장에서 배럴당 66.70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8월7일 76.9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올 1월 한때 5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급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공사가 조사한 5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ℓ당 1538.20원으로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해 8월 셋째주의 ℓ당 1548.01원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00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가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휘발유 1ℓ를 자동차에 넣으면 소비자가 주유소에 내는 돈은 1538.20원.이 가운데 정부가 가져가는 세금이 879.84원으로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기름값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월 기준 60%를 웃돌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6.7%를 훨씬 웃돈다.

재정경제부는 한국의 유류세가 외국에 비해 높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한국보다 더 높다고 항변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름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소비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유류세를 정책적으로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또 유류세가 종량세 체제인 데다 최근 원화 환율이 절상돼 유류 가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며 현재의 세금 체계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최근 2년간 휘발유 가격 상승률을 보면 한국이 5.1%인 반면 미국은 24.2%,캐나다 19.1%,프랑스 11.0%,독일 9.2%,일본이 7.2%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하지만 세무 전문가들은 재경부가 유류세 인하를 반대하는 근본 이유가 세수 감소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들은 교통세 등 각종 유류 관련 세금으로 총 23조원을 정부에 냈다.

만약 유류세를 10% 인하한다면 소비 증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2조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복지 확대 등으로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어 유류세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