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재와 첨단 기술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약육강식의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수인재 육성과 첨단기술 개발 중심에 대학이 있다.

대학마다 분야별로 특성화한 기술개발센터나 인재양성산업단 등을 설치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성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양성된 인재들은 세계적인 전문잡지에 논문을 싣고 있고 개발된 첨단기술은 산업현장에 접목돼 신기술 제품으로 혁신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참내기를 1∼2년 재교육한 후 현장에 배치했는데 이젠 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 인재가 양성되고 있어 기업에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한방 기능성 섬유제품디자인 인력양성사업단은 한성에프앤씨 MMG대구 무길염공 등 5개 지역 업체와 연계해 한방 기능성 섬유제품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들 기업체의 생산현장에서 연수를 받고 연수 후에는 취업으로 이어지는 등 협력모델을 만들고 있다.

또 '한방누리' '은솔나래' 등의 상표도 출원했다.

조선대 첨단부품소재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은 광주 첨단산업단지 내 3200평의 부지에 1080평 규모의 공학관을 마련,산·학·연 공동으로 교육협력을 하고 있다.

현대 삼호중공업 등 지역의 10개 기업 및 연구소와 산·학협력 MOU(양해각서)를 맺었으며 삼성전자와는 산·학협력연구소를 개설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교육혁신사업단은 의료공학교육 분야의 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98년까지만 해도 의료기기 회사가 전무했던 원주지역을 의료단지로 육성, 국내 의료산업의 메카로 육성하는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말 기준 의료 관련 65개 입주기업에서 매출 1500억원과 수출 9012만달러를 올렸다.

진주국제대 식품사업단은 진주시 함양군 남해군 등 지자체와 연계한 협력프로그램으로 지역발전을 꾀해나가고 있다.

진주시와는 식품·생물산업 및 바이오인력양성사업(Bio21센터)을 공동 운영하며, 함양군과는 지리산약초건강식품특구사업을 통해 바이오 식품을 내놓았다.

대학생들의 연구성과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박현정씨(박사과정)는 김관운 교수와 공동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자연상태인 L-아미노산을 D-아미노산으로 전환하는 합성기술'을 개발해 지난 2월 미국 화학 학회지 JACS에 발표한 데 이어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도 화학분야 하이라이트로 게재되는 성과를 올렸다.

서울대 임산공학연구인력양성사업팀 김수민씨(박사과정)는 목재 및 건축내장재료의 접착특성,VOCs(유기성화합물) 및 포름알데히드 방산 특성 등에 관한 연구로 지난해에만 SCI와 SCI-E급 논문지에 총 15편의 논문을 싣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고려대 지구환경화학과 한래희씨(박사과정)는 지진을 발생시키는 단층의 역학에 대한 실험연구로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처럼 대학이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의 산실로 탈바꿈한 데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BK21(두뇌한국21)과 누리사업(NURI·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등에 기초한다.

BK21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1단계 사업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2단계 사업(2012년 완료)에 착수했다.

정부는 2단계 사업 기간 중 매년 2900억원씩을 투자하기로 했다.

도이치방크연구소는 2005년 8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BK21사업은 인적자본 투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며 연구 인프라와 대학원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핵심 고급인력 양성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누리사업은 2008년까지 1조3200억원을 투자해 지방대학의 특성화를 촉진,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방대학의 학생충원율 100%와 교원확보율 80%를 달성하고 취업률을 10% 이상 높이자는 취지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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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기업에 맞춘 산ㆍ학협력

대학 발전 지름길이다

최근 산·학협동의 필요성을 인식한 대학들이 기업을 찾아 산업단지로 들어가는가 하면 기업들도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대학 연구실을 찾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대학이나 기업 어느 일방의 필요에 의해 성급하게 이뤄지다 보니 산·학협력이 성과없이 겉도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쌍방의 필요에 의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연속적이고도 체계적인 산·학협력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업은 기술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대학은 기술이전을 통한 가치 창출과 학생 취업에 기여할 수 있다.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은 한국산업기술대학교는 개교 초기부터 산·학협력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02년 이래 6년 연속 취업률 100%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졸업생 대부분이 전공을 살려 직장을 선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우리 대학의 교수진은 산업체 경력자로 구성돼 있어 기업의 애로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신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교과목을 시장 수요에 맞춰 매년 20%씩 바꾸는 등 커리큘럼도 현장중심으로 짠다.

이는 우리 대학만의 독특한 제도인 '엔지니어링하우스'(EH)를 통해 이뤄내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 연구원과 교수,학부 학생이 함께 모여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 이를 통해 기업은 대학의 우수한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고 학교는 프로젝트 실습을 통해 교육과 취업을 동시에 해결한다.

이공계 기피 현상 풍토에서도 기업이 원하고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면 대학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학교육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산·학협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강의실에만 머무는 교육은 더 이상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대학 발전과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산·학협력 모델이 많이 나와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