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프린스턴대 피터 그랜트 교수팀은 다윈의 진화론을 만든 갈라파고스제도 핀치새가 여전히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 중이라고 밝혔다.

근래 중형 핀치의 부리가 작아졌는데 알고 보니 새로 등장한 대형 핀치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는 못먹는 작은 씨앗을 집을 수 있게 변했더라는 것이다.

생물은 이처럼 살기 위해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면 연명은커녕 생존하기도 힘들다.

자그마한 새도 이러니 다른 생물은 두말할 것도 없다.

조직 역시 일종의 생물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게다가 21세기는 모든 것이 생각의 속도로 바뀐다는 마당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모든 조직에서 혁신이 강조되는 건 이런 까닭이다.

기업의 경우 변화 여부가 존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누가 뭐라지 않아도 시대 흐름과 고객 요구에 재빨리 적응하고 변신하려 애쓴다.

그에 비해 공공기관은 달라져야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기득권 사수 혹은 귀찮은 일을 피하느라 움직이지 않기 일쑤다.

서울 마포구가 동사무소 네 곳을 없앤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가 내년까지 100개를 줄이겠다고 하는 등 동사무소 통폐합 바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공공기관 혁신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포구는 동사무소 통합에 따른 인력으로 찾아가는 복지 행정에 나섰다고 한다.

동사무소 통폐합은 보다 일찍 이뤄졌어야 마땅하다.

전산화와 온라인화로 민원서류 발급 등 업무가 줄어든 건 고사하고라도 인구 2만5000명인 곳과 8000명인 곳의 직원 수가 같다는 건 터무니없다.

그런데도 '기왕에 있었다''동장 자리가 줄어든다'는 등의 이유로 존속돼 왔다는 건 기가 막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산하 동사무소 100개를 줄일 경우 복지 문화 등 다른 업무로 재배치 가능한 공무원은 1350여명이나 되고 예산 또한 4000억원이나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콜럼버스 달걀깨기처럼 시작된 동사무소 통폐합 바람이 공공기관 전반의 '실질적'혁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