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때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no tie) 직급을 부르지 않는(no title) '노노(no-no) 미팅',만화책을 갖춘 휴게실….국내 최대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기존의 관습과 격식을 깨는 '아이디어 경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창립 34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창립 기념 행사도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단체 관람하면서 치렀다.

영화 상영 중간에 김낙회 사장이 1분짜리 '깜짝 광고(CF)' 형식의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창립 기념사를 대신했다.



제일기획의 새 경영 모토는 '아이디어 중심(idea-centric) 경영'.김 사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지식 경제 시대가 가고 아이디어 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며 "전 임직원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아이디어 엔지니어'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단순한 정보와 지식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고 기업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등장한 '아이디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지난 1월 말 취임 이후 사내에 새로운 바람을 속속 불어넣고 있다.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의견 개진을 위해 '노노(no-no) 미팅'을 도입했고 만화책 등이 갖춰진 휴게실 '크리에이티브 존(creative zone)'을 신설해 아이디어를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전 임직원이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신규 입사자나 광고주 개발 등을 축하하는 '와우 프라이데이(Wow Friday)' 행사도 갖는다.

임직원의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 '상상 지대'도 아이디어 확산 통로다.

지난달 초부터 아이디어 재충전을 위해 임직원이 최대 2개월까지 학생들의 방학과 같은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휴가제'도 실시하고 있다.

김 사장은 "'통풍'이 잘되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여건들이 무르익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 스스로가 사내 '아이디어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의 이메일 명함에는 'CEO(최고경영자)' 대신 'CIO(Chief Idea Officer)'라고 적혀 있다.

스스로를 가리켜 '사장' 대신 '프로'라고 말한다.

또 매월 초 '낙서(樂書)'란 제목으로 모든 임직원에게 사장 메시지를 이메일로 보내고 개인 블로그에 댓글을 직접 달며 임직원과 스스럼 없이 아이디어를 교류한다.

제일기획은 이날 새 경영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회사의 비전을 '월드와이드 아이디어 엔지니어링 그룹(The Worldwide Idea Engineering Group)'으로 정하고 새 슬로건으로 '패션 포 아이디어스(passion for ideas)'를 내세웠다.

이와 함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인터랙티브사업지원팀 등을 신설하고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 채용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