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리 <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janice.lee@hanaro.com >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충격에 휩싸였던 미국이나 우리나라도 많이 진정된 듯해 다행이다. 우리는 이 일로 두 번 놀랐다. 한국계 학생이 가해자로 밝혀진 사실과 그런 엄청난 비극을 저지른 가해자까지 피해자로 보듬어 안고 받아들이는 미국 사회가 그것이었다.

미국은 1620년 영국에서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이주한 이래 지금까지 이민을 국가 번영의 밑거름으로 삼아 세계 최강대국이 됐다. 이 때문에 미국은 흔히 용광로(melting pot)에 비유된다. 이민 온 이들이 미국 땅에 닿자마자 미국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광로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는 동시에 샐러드 접시(salad bowl)라는 불편한 시각도 있다. 다문화,다인종 사회여서 서로 융화되지 않고 자기 맛만 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 소수인종이었던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가 점점 늘면서 사회 문제가 되자 샐러드 접시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소수 인종의 발언권이 세지고 백인 중심의 미국 문화로서 더 이상 국가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반성은 모자이크(mosaic) 미국을 불러왔다. 미국 내의 모든 인종이 하나의 조각이 돼 하나의 미국이란 모자이크 문화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번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우리의 일처럼 유심히 지켜본 우리나라는 한국계 가해자를 그들 내부의 하나의 조각으로 인정하는 모자이크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소수민족과 함께 나아갈 길을 고민해 온 미국과 갑자기 늘어나는 외국인 문제에 당황하는 우리나라는 두 나라의 이민 역사만큼 간극이 크다. 우리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시선은 나아진 것이 있는가? 그들 안에 지금 자라는 제2의 조승희는 없는지 우리가 확신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와 같이 생활하는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제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우리의 비빔밥을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보자. 마이클 잭슨이 반했다던 우리의 비빔밥을 음식을 넘어 문화로 만들어 가면 어떨까? 어릴적 어머니가 양푼에 온갖 나물과 고추장,참기름을 넣어 비벼주신 비빔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맛은 분명 하나의 맛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손맛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온갖 재료가 다 들어간 특유의 먹음직스러운 맛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자양분이었다.

집안에 남아있는 어떤 것을 넣어도 어머니의 손에만 들어갔다 하면 맛있는 비빔밥이 돼서 나온다. 우리도 어머니의 손을 빌려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을 버무려보자.

그렇게 해서 살 맛 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모자이크 미국과 비빔밥 대한민국,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나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