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 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신경림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전문

숨가쁠 정도로 서두르며 살아왔다.

돌이켜 보면 딱하기도 하다.

속도에 유린당한 세월이었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빠른데 세상은 더 빨라지는 중이다.

딱히 이루고자 한 일도,이룬 일도 없이 그토록 바삐 시간을 버렸다.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 묻은 이 산하에 마음 한번 담가보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

남은 생 저편에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결국 허무일 것이다.

그런데도 습관 처럼 바삐만 살아간다.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