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해 11일 법원이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이제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직접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거나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검·경과 한화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화 측은 당장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가중처벌 가능할까

김 회장이 서울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데려가 때리고 다시 S클럽으로 이동해 조모 사장 등을 폭행했음을 인정함에 따라 폭행죄는 성립할 전망이다.

문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흉기 등 폭행,공동 상해,공동 감금 등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김 회장은 "몇 대 때리기는 했다"며 단순 폭행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들은 "파리 목숨 같았다"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감금 폭행 등을 입증할 직접 증거는 아직 없다.

경찰이 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 여부가 앞으로 법정 공방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또 사건 현장에 동행했던 김 회장 아들의 친구 이모씨(22)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제3자'의 증언을 영장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비교적 객관적으로 진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씨를 증언대에 세울 수 있는지 여부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폭력배 동원 여부

검·경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폭처법상 폭력조직 동원에 관한 조항(5조)을 제외했다.

김 회장은 조직폭력배 동원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검·경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당일 폭행 사건에 다수의 조직폭력배가 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캐나다로 잠적한 조직폭력배 맘보파 두목 오모씨와 범서방파 소속 김모씨,권투선수 출신 장모씨와 그가 연락한 윤모씨,한화그룹 협력업체 D토건 김모 사장이 동원한 일행 등 최소 3개 조직이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조직폭력배들이 현장에 갔더라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는지도 쟁점이다.

일각에서는 S클럽 쪽에서 조폭을 동원함에 따라 한화 측이 대응 차원에서 이들을 불렀을 뿐이어서 김 회장에게 조폭 관련 혐의를 적용하는 게 무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밖에 검·경은 구속영장에서 납치 감금 혐의도 제외했다.

김모 한화그룹 비서실장은 "종업원들이 장소 이동에 흔쾌히 응했고 차안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휴대폰 통화를 했다"며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불안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납치 혐의를 향후 추가할 수 있을지는 경찰도 자신없어 하는 표정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