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단숨에 1580선을 돌파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미국 증시의 강세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움직임도 이제 국내변수의 영역을 넘어서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주고받는 주요변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정을 받고 싶어도 주변국 지수가 하락세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양호한 지수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거 국내증시의 흐름을 기억하는 투자자라면 하락에 대한 두려움도 클 것이라는 게 또 다른 전문가의 분석이다. 과거 국내증시 급락의 주요 요인들과 흐름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

◆과거 한국증시는 '천당과 지옥'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국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오가는 시장이었다"며 "1988년 이후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를 세 번 돌파했는데 그 때마다 이어진 하락은 300~500포인트를 하회할 정도로 낮은 수준까지 진행됐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요인은 단연 신용위험일 것"이라며 "기업과 주주, 채권자, 근로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 중에서 부도가 발생했을 때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청산과정에서 가장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고점에서 하락할 때마다 드러났던 문제점은 다양했지만, 과잉투자에 따른 후유증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자산버블과 신용위험이 악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 리스크 점검-과잉투자 버블 신용위험

첫번째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특성상 과잉투자가 진행됐을 경우, 글로벌 경기 하락 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높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과거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생산설비를 크게 늘린 것도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크게 없는 구조"라면서 "설비투자와 주가와의 상관관계는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로 버블의 형성 여부이다. 2000년초 IT 버블 붕괴 당시 일부 IT 종목의 P/E(주가수익비율)는 수백배에 이를 정도로 고평가돼 가격이 형성됐던 것.

그러나 최근 국내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의 버블은 없을 것으로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아직까지 11배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신용위험이다. 과거 성장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과도한 차입금 의존으로 인해 300%가 넘었던 부채비율은 현재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오히려 너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불만족스럽기까지 하다는 게 김연구원의 판단이다.

◆주가 재평가 정당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진 증시의 위험이 주가 재평가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금리의 하락과 함께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증시의 위험을 대변하는 주가 변동성도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

김 연구원은 "구조적인 위험의 감소가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식투자 매력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격 부담이 높아진 조선 기계 철강 등 주도 종목의 경우에는 추격매수보다는 조정을 기다린 후 매수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