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투운용의 대주주인 대한투자증권은 UBS에 51%의 지분을 18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이 같은 합의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으며 11일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1년여 전부터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UBS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이 정한 주요 출자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협상이 지연됐다. 하지만 지난달 21일자로 경고를 받은 지 3년이 지남에 따라 협상은 가속도를 냈다.
당초 매각 가격은 1500억원 선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자산운용사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대투증권 측이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UBS가 이를 수용해 합의에 이르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투운용 지분 매각과 관련한 다른 법적인 문제가 없어 금감원 인가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투운용은 총 17조833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삼성투신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은 국내 3위 업체다. UBS는 지분 인수 후 사장을 파견할 계획이며 이사회도 UBS 측 인사가 한 명 더 많게 구성될 예정이다. 부사장은 대투증권 측 인사가 맡게 된다.
UBS가 한국 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글로벌 업체와 국내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맥쿼리IMM자산운용 주식을 100% 인수키로 했으며 랜드마크자산운용도 조만간 외국계에 인수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얼라이언스 번스타인,라자드,뱅가드 등도 사무소를 설립한 뒤 자산운용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2년전 대투증권과 대투운용을 총 4750억원에 하나금융에 매각했다.
UBS가 대투운용 지분 절반을 1800억원에 샀기 때문에 대투운용 전체 가치로만 3600억원을 평가받은 셈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은 대투증권을 1150억원에 인수한 셈이나 다름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투증권의 빌딩 값만 계산해도 1000억원은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은행 영업망을 활용해 대투증권 금융 상품을 팔 수 있게 됨으로써 대투증권과 대투운용 가치가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김남국/백광엽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