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6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인이 아닌) 벅셔해서웨이 회사 차원에서 투자하려면 일정 규모가 돼야 한다"며 "적어도 (시가총액 기준) 1억달러는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벅셔해서웨이의 투자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회사가 아닌 개인으론 한국 주식을 많이 샀다"며 "찰리 멍고 부회장(버핏의 절친한 친구)도 한국 주식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버핏과 멍고 부회장의 개인 투자는 규모에 관계 없이 가치가 뛰어나고 저평가된 종목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회사 차원에서 투자한) 포스코는 비즈니스 구조가 뛰어나고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정말 저평가된 기업"이라며 "한국의 경제 성장은 놀랄 만한 일이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추가 투자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버핏은 전날 한국 기자들과 만나 "1개 종목에 추가 투자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었다.

버핏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FTA 타결로 한·미 관계가 더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포스코 삼성 등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버핏은 자신의 후계자인 최고투자책임자(CIO)에 대해선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주식보다는 채권이나 통화 등 다른 부문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또 3~4명의 CIO 후보들에겐 이전 직장보다 적은 월급을 주되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투자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반드시 오마하에서 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거대한 기업을 매수하기 원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면 기존 투자회사도 처분할 수 있다"고 말해 추가 기업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3월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460억달러.기존 투자회사를 처분할 경우 포스코 인수가능 금액으로 추정되는 5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한편 멍고 부회장은 버핏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좋아하는 한국 기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세계'라고 대답했다.

그는 "현재 미 유통업체인 코스트코 이사이기 때문에 세계 유통업체에 관심이 많다"며 "신세계는 뛰어난 시장 지배력과 훌륭한 경영 전략을 갖추고 있는 데다 점포의 위치도 좋아 아주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멍고 부회장은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이라며 "버핏과 논의한 것도 아니며 신세계 주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멍고 부회장이 이같이 밝힘에 따라 벅셔해서웨이의 다음 투자 대상에 신세계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멍고 부회장은 벅셔해서웨이의 투자 결정에 버핏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멍고 부회장은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할 만한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SK에 대해서는 "회사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언급했다.

현대자동차의 세계시장 경쟁력에 대해선 "현재 자동차 업종의 경쟁이 치열한 상태"라고만 답했다.

삼성에 대해선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기업이라고 칭찬했다.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