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속의 빈곤' 몸값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중국과 인도의 인구는 각각 13억, 10억명으로 세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요즘 전문인력(관리자급 이상 고위직)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당연히 고급 인재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도 발(發) 전문인력 확보 '전쟁'은 홍콩 싱가포르 등 이웃 화교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스트러글의 중국 책임자인 스티브 멀린저 사장은 "다국적 기업과 중국 주요 기업을 통틀어 현재 7만5000개의 전문인력 일자리가 비어 있는 반면 공급 가능한 인력은 5000명 수준"이라며 "인재를 찾아달라는 주문은 쏟아지고 있지만 적절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금융 회계 유통 법률 등 분야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금융과 정보기술(IT) 분야가 심각하다.

인도의 세계적인 IT 업체인 와이프로의 아짐 프레미 사장은 "2010년까지 약 50만명의 전문가가 모자랄 것"이라며 "IT 기업들은 관련 학과 대졸생뿐만 아니라 토목공학 교육학 등 다른 학과 졸업생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며 "전문인력 부족 현상은 다른 산업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 인재 쟁탈전은 몸값 인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멀린저 사장은 "한 다국적 기업 중국 본부에서 일하는 고위직 인사의 급여는 미국 본사의 동급 직원보다 20%가량 높다"며 "그러나 같은 급여 수준이라면 중국 인력의 생산성은 미국 직원의 7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 주요 투자전문기관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미국에서 공부한 금융전문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임금이 치솟기는 인도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간 인도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연간 14%대로 한국이나 필리핀은 물론 8%대의 중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보이덴의 인도사업 책임자인 디네시 머찬다니는 "1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갖고 있는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25만달러를 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며 "인도에서 일하는 한 다국적 기업의 운영책임자가 두바이 상관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인도에서 시작된 인력 부족 현상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다른 아시아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헤드헌팅 업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