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동절 연휴(5월1∼7일)가 끝났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노동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설날 및 국가창건일과 함께 3대 명절 중 하나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올해 노동절에도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고 노동절의 뜻을 새기기 위한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노동절 연휴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태도를 자세히 보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것 같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다.

광둥성의 경우 아프리카 등 먼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엉뚱하게도 주식시장 때문이라고 신화통신은 분석했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주식투자자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연휴기간 중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지만 전 재산을 투자한 사람들이나 빚을 내서 증시에 뛰어든 사람들이 감히 중국을 떠날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행여 비행기 연착 등으로 스케줄이 연장되면 증시가 개장하는 날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아예 국내여행이나 가까운 동남아지역으로 여행의 방향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절이지만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새기는 것보다는 며칠 후 펼쳐질 주식시장에 미리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노동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중국 내에서는 증시 등에서 번 돈으로 여가를 즐기는 경향이 훨씬 강해지고 있다.

이번 연휴기간 중 1억6000만명이 국내여행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천안문광장에는 하루 평균 15만명이 모여들었고,베이징 시내의 음식점은 일주일 내내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황금주간'이라 불리는 '노동절 연휴'에서 '황금'과 '연휴'만 남고 노동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최근 상하이시가 중학생 등을 포함한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중 1%만이 노동자가 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의 신성한 가치에 집착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이번 노동절 연휴를 보면 시장경제가 더 뿌리를 내릴수록 노동자의 국가인 중국의 고민은 깊어질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