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드'나 '반클리프 아펠'이 성공을 거둔 이유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간단하다.

'희귀할수록 갖고 싶다'는 경제학의 기본 법칙 덕분이라는 것.웬만한 중산층들 사이에서는 루이비통 핸드백 하나 정도는 구매할 정도로 기존 명품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튀는 명품'이 럭셔리족(族)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저마다 '제2의 고야드' 찾기 경쟁에 나섰다.

'스티브 알란'(갤러리아),'엘리든'(롯데),'분더샵'(신세계)과 같은 수입 브랜드 전문 편집매장이 최근 1∼2년 사이 우후죽순처럼 생겼고,해외 명품 구매팀들은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등에서 열리는 컬렉션에 참가하느라 1년에 적어도 4개월가량은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서도 새로운 명품을 발굴하면 여러가지로 이익"이라며 "기존 특급 명품보다는 매출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고,백화점이 직접 사와 판매하는 브랜드의 경우엔 훨씬 더 이익이 많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튀는 럭셔리' 찾기 경쟁

신흥 명품을 찾기 위한 백화점 간의 경쟁은 '럭셔리 편집 매장'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스티브 알란'을 효시로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이 2005년 3월 '엘리든'을 열었고,신세계도 올 초 본점 본관에 '분더샵'을 선보였다.

에비뉴엘의 경우 '엘리든'이 효자 매장으로 부상하자 작년 말 '힐&토트'라는 잡화 전문 편집숍을 추가했다.

이들 매장에 '입성'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백화점 명품 구매팀들이 해외에 직접 나가 사오는 것들로 특급 명품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유망주'들의 보고(寶庫) 역할을 하고 있다.

유선규 갤러리아백화점 홍보팀 차장은 "VIP 전용 쇼핑공간인 PS(personal shopper)룸에서 매년 해외 유명 컬렉션을 방송하는데 고객들 중에선 모델이 입고 나온 옷을 지명해 사고 싶다는 분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백화점들은 명품 구매팀을 '전문가급'으로 보강하고 있다.

하성동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장은 "바이어들의 전공이 불과 2,3년 전만 해도 경영학 위주였으나 요즘엔 의류,패션을 전공한 전문 인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은 2005년 이후 뽑은 신입사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패션을 전공한 여성들로 채워졌다.

하 팀장은 "그 중엔 미국의 유명 패션스쿨인 파슨스와 FIT를 졸업한 '해외파'도 여럿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바이어들 중에선 유독 재력가의 자제들이 많은 편"이라며 "실제 명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진가를 잘 아는 법"이라고 말했다.


쑥쑥 커지는 명품 시장

백화점들이 신흥 명품을 찾는 데 혈안인 것은 그만큼 국내 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코리아가 지난해 121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893억원) 대비 35.8%의 성장을 달성했고,샤넬과 에르메스도 각각 590억원과 360억원의 매출을 거둬 전년 대비 30% 안팎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롤렉스 시계'로 유명한 한국롤렉스 역시 매출액이 2005년 203억원에서 지난해 225억원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들여오는 '실험'을 감행해도 이를 소화해 줄 수요층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백화점에 돌아오는 이익이 많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루이비통같은 특급 브랜드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후광 효과가 엄청나지만 대형 매장을 빌려주고도 10% 가량(국내 브랜드는 40%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내기도 한다)의 '쥐꼬리만한' 수수료를 받을 뿐"이라며 "이에 비해 백화점이 직구매한 신흥 명품을 팔면 이윤이 두 배 이상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귀하고 비싸면 다 좋다?

하지만 희귀한 명품만 찾는 얼리 어답터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사람만 살 수 있다는 특성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희귀하고 비싸다고 해서 품질 역시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컬트와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구매자를 엄격히 제한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와인으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값이 한 병당 1000만원까지 치솟은 와인까지 속출했지만 품질에 관해선 논란이 한창"이라고 덧붙였다.

무조건 새로운 것만 찾을 게 아니라 장인 정신이 배어 있는 진정한 명품 브랜드를 가려 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A사의 한국법인 대표는 "명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수입 브랜드들의 원가구조를 뜯어보면 터무니없는 것들이 많다"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과 장인들이 실오라기 하나까지 직접 손으로 만든 제품을 명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가격에 선보이는 것은 명품이라면 무조건 선호하는 현상 탓"이라고 꼬집었다.

박동휘/안상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