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일본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외국 주주들이 배당 증액과 임원 선임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달부터 일본에서는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손쉽게 인수할 수 있는 '3각 합병'까지 허용된 터여서 일본 기업 경영진은 외국계 주주들의 공세에 초긴장 상태다.

일본 기업 내 외국인 주주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외국인들이 그동안 일본 상장사에 적극 투자해 지분을 늘려온 결과다.

작년 3월 말 현재 일본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26%로 지난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장 기업의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이 회사 측에 안건을 제시하는 '주주 제안'이 작년의 19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4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가 지난 3월 말 결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일 현재 모두 22건의 주주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에 부정적인 주주들이 전력회사 등에 정관 변경을 집단적으로 요구할 예정이어서 주주 제안은 총 40건을 넘을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주주 제안 주체는 과반수가 외국계 펀드였다. 배당을 늘려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고노제약 주주인 미국계 펀드 브란데스는 올해 주주 배당을 작년(80엔)의 9배에 달하는 700엔(약 5600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제안했다.

에너지회사 J파워의 주주인 영국계 펀드도 지난해(60엔)의 2배 이상인 130엔을 배당해줄 것을 주총에서 요구하기로 했다.

일부 외국계 펀드는 경영진 교체나 회사 인수 제안 등도 내놓고 있다.

미국계 펀드인 달톤은 후지테크 등에 경영진과 종업원에 의한 기업 매수를 제안했다.

미국계 스틸러는 삿포로맥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책 폐지를 주총에서 요구하기도 했다.

노무라증권의 기타오카 도모사이 전략가는 "기업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외국인 주주가 대두함에 따라 일본 기업의 경영진은 주주 중시 경영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부터 외국 기업이 자사 주식을 대가로 주고 일본 내 자회사(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일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3각 합병'이 전면 허용됐기 때문에 일본 기업 경영진은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