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쓰차오(寺橋)에 있는 최고급 식당 윈룽하이셴(雲龍海鮮).4명 한 테이블의 식사값이 한국돈으로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2일 400여개의 방이 손님들로 꽉찼다.

한 종업원은 "이번 노동절 연휴(1~7일)에는 예전과 달리 가족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진위안몰 더플레이스 등 고급 쇼핑몰도 연휴를 맞아 쇼핑객이 몰리면서 인근 교통이 종일 정체를 빚었다.

중국에서 고급 소비족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럭셔리 소비자들의 배출구는 주식시장.주식투자로 떼돈을 번 벼락부자들이 중국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활황이 웰스 이펙트(wealth effectㆍ부(富)의 효과)를 만들어내며 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1년여 새 200% 이상 올랐다.

수익률 100%가 넘는 펀드가 수두룩하다.

증시에 뛰어드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4개월간 새로 주식계좌를 만든 사람은 작년 한 해 전체(517만명)의 세 배가 넘는 1432만명에 달한다.

총 주식투자 인구는 지난 4월 말 현재 9286만명.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공산당이 만든 거대한 카지노로 중국인이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했지만,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새로운 부자를 계속 배출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경제 전문 잡지인 신랑차이징(新浪財經)에 따르면 주가 상승으로 500대 부호의 최소 자산이 작년(4억5000만위안)의 두 배 가까운 8억위안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재산 총액은 1조2800억위안으로 71.5% 불어났다.

거대 부호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증시 활황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장젠커씨는 "작년 말에 펀드에 가입했는데 벌써 37% 올랐다"며 "어떻게든 목돈을 만들어 더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식부자들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의 지난 1분기 사회 소비품 판매액은 899억3000위안(10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3% 늘어났다.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해 노동절 연휴에도 이 같은 경향은 그대로 드러난다.

여행사들이 내놓은 노동절 해외 여행 상품은 대부분 매진됐다.

특히 비싸더라도 높은 수준의 여행을 즐기는 고가 상품일수록 마감이 빨랐다는 게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주식부자들의 증가로 산업구조도 바뀌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유망 산업은 △별식요리점 △편의점 △건강관리 대행업 △미용 및 유아용품 전문점 △자동차 수리 △조기 교육 및 성인 교육사업 △노인용품점 등이 꼽히고 있다.

하나같이 소득 증가와 함께 발전한다는 서비스 업종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주식 웰스 이펙트는 허점 투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들이 배당 등을 받아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게 아니라 아직 차익실현을 하지 않은 '장부상 부자'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왕쥔한씨는 "차를 바꾸고 싶어 주식을 팔까 하다가 결국 카드로 샀다"며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아 팔기가 아깝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벼락부자가 아닌 빚쟁이가 될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시는 지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처럼 바보들의 놀이터가 될 것인지,아니면 실질적인 성장축이 될 것인지 갈림길에 처해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