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무역을 배우는 학생들이 동아리를 결성,무역전선에 뛰어든 지 4개월 만에 24만달러(2억2000여만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화제다.

주인공은 부경대 경영대학 학생 14명.이들 가운데 경영학부 2학년 박재훈씨(19)는 건설토목장비인 비파괴검사기(제조회사 미승C&S) 24만달러어치(60대)를 중국 칭다오의 산둥국제무역회사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10일 첫 발주물량인 6대를 선적할 예정이다.

이 같은 쾌거는 지난 1월 해외 시장 개척에 관심을 가진 경영대학 학생 14명이 '무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무사모)'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우선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에서 주선한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제품을 팔아도 좋다'는 수출 승낙을 얻어냈다.

수출에 성공하면 매출액의 3%를 받기로 회사와 계약도 맺었다.

학생들은 1인당 1개사를 맡은 뒤 부경대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로부터 수출 실무를 지도받는 동시에 전략경영연구소의 마케팅 지원을 받아가며 실력을 쌓았다.

무역 실무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대외 지원도 없이 불과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밀 무기는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회사 카탈로그로 광고문을 만들어 해외 사이트를 돌며 홍보에 나섰다.

지명도가 높은 전 세계 무역거래 알선 사이트 150여개를 집중 공략했다.

무역거래 알선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웹사이트 자동 구축 시스템을 활용,홈페이지도 만들었다.

동시에 뉴스그룹과 메일링 리스트 등 10여 가지의 웹 마케팅 도구들을 전략적으로 활용,전 세계에 제품을 홍보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서로 마케팅 추진 성과를 비교하고 토론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영업 첫달은 공쳤다.

그러나 두 달째부터 제품 문의가 주당 5건 정도 들어오더니 세 달째부터 주당 20여건을 넘어섰다.

신생 사이트들이 '무사모'에서 공략한 주요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퍼가면서 본격적인 광고 효과를 본 것.

마침내 성과가 나타났다.

중국 업체가 지난 3월5일 상품에 관심이 있다고 연락해 왔다.

샘플을 보내고 수차례 팩스를 주고 받으면서 대화를 시작한 지 44일 만인 4월17일 확정주문서가 날아 왔다.

회사 업력이 130년 이상 된 터키 건설토목감리 전문회사인 '산라드 논 디스트럭티브 서비스'사로부터도 2대의 샘플 오더를 받아 가격을 협상 중이다.

다른 무사모 회원들이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 기업도 수십 곳에 이른다.

내친 김에 무사모는 올해 목표를 20억원으로 정했다.

박재훈씨는 "처음에는 무역 경험이 없는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밤샘하면서 노력한 끝에 해외에서 주문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태어나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다"며 "앞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영천 부경대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 소장은 "인터넷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라는 점이 입증됐다"며 "실전에 성공한 학생들을 중소기업에 파견해 인터넷 마케팅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학생들에게는 취업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