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경영여건 급속 악화...신한봉제 중국공장 단계감축

1996년 중국 절강성에 내의공장을 지어 한국을 떠났던 신한봉제(대표 송창열)는 최근 이 공장의 직원 100명을 감원,300명 수준으로 축소했다. 보름 전쯤 개성공단 본단지의 아파트형 공장 240평을 분양 받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앞으로 중국의 공장을 단계적으로 줄여 개성으로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공장을 설립할 당시 근로자 일당(30위안)이 지금은 두 배(60위안)로 뛴 데다 외국 기업에 대한 증치세(부가가치세)부과 등 갈수록 경영 여건이 나빠지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中企 개성에 잇따라 '눈길'

국내의 높은 인건비 등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 등으로 빠져 나갔던 중소 제조업체들이 현지의 경영환경 악화로 개성공단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남성정장업체 본막스(회장 서상익)는 개성공단에 공장을 설립키 위해 한국토지공사의 본단지 분양에 2000평가량의 부지를 신청했다. 인건비가 너무 올라 최근 폐쇄한 과테말라 공장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뜻에서다. 본막스는 특히 중국 다롄에서 가동 중인 공장을 개성으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의류업체 신원의 황우승 개성법인장은 "장기적으로 중국 수출공장을 개성으로 옮겨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원은 이와 관련,최근 개성공단의 생산라인을 5개에서 15개로 크게 늘렸다.

오는 9월께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가는 의류업체 나인모드의 옥성석 사장은 "이 곳에 입주키 위해 지금까지 중국 투자를 미뤄 왔다"고 말했다. 옥 사장은 "임대공장 형태로 중국으로 나간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개성공단에 분양받을 경우 철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진출국 임금 너무 올랐다"

중소업체들의 개성 이전 움직임은 진출국 현지의 인건비가 이들이 감당못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본막스 서상익 회장은 "다롄공장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월 150~200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경우 지역과 입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최근 10년 새 임금이 2배가량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섬유업체들이 많이 나간 과테말라 등도 해마다 10~15%씩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는 게 진출업체들의 전언이다.

서 회장은 무엇보다 "중국 다롄에서 근로자 구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지역 출신을 고용하다 보니 기숙사 운영비 같은 부대비용이 많이 들고 춘절 등 명절을 보낸 후엔 30% 가까이 이탈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개성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 중인 한 업체 사장은 "중국 내륙지역에서 상하이나 칭다오 등으로 온 근로자들의 경우 대체로 저학력인 데다 다른 업체에서 조금만 돈을 더 준다고 하면 당장 그만둔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경우 비교적 학력 수준이 높고 말이 통해 숙련도도 빠른 게 장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중국갔던 中企 개성으로 'U턴'


◆개성공단은 해결사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지 임금상승을 회피할 목적으로 개성으로 이전하는 업체들의 경우 오래지 않아 개성에서도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이미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학력별,노동 강도별로 세분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임금인상 요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중국 베트남 등과 달리 개성공단에는 숙련공이 부족해 교육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설명이다.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 입주예정인 여성의류업체 YS코리아 윤희범 사장은 "북측 근로자들을 교육할 남측 근로자 고용비용 등을 감안하면 초기에는 중국보다 인건비가 많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삼덕통상의 문창섭 사장은 "개성의 경우 통행 통신 통관이 불편하고 미국 수출 제품에 대한 원산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저임금만을 본다면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