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의 봄은 화려하다.
산수유,개나리,목련,벚꽃들이 차례로 얼굴을 내밀더니 이제는 철쭉 영산홍이 향기와 자태를 뽐낸다.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하다 대학 캠퍼스에 돌아와 보니 봄빛과 약동하는 젊음이 내게 새로운 발견과 충전의 기쁨을 준다.
학문을 권유하는 옛글에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했는데,대학이 바로 그런 곳이라는 걸 피부로 느낀다.
우리의 젊은 학생들은 너나없이 열심히 공부한다.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20년을,대학에 와서도 4~6년을 더 공부한다.
평균 25년 정도를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데,그나마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은 소수다.
많은 경우가 차선의 업종에서 일하거나 실업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인력시장엔 무서운 경쟁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이란 칼럼니스트가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고 선언한 이래 선진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개발도상국가나 후진국으로 흘러내려간다는 사실이 보다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노동자만이 아니다.
미국 내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도 인도인들이 비교 우위의 가격 경쟁력으로 빼앗아가고 있다.
예컨대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즐비한 게 인도 시장이다.
그들은 미국 내 인건비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한다.
이런 사태가 무엇을 뜻하는가.
이제 우리 대학생들도 국내가 아닌 세계적의 무차별 경쟁 무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다.
저마다 학문적인 칸막이를 치고 독립적인 영역을 인정받으며 경쟁력 없는 인재를 양산하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분야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특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앞으로는 전 세계의 대학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다국적 거대 종합대학(global megaversity)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미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이것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는데,세계화의 급진전과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 지구 교육의 혁명적 형태를 디자인해본 것이다.
그 시기가 2030년께란다.
한 세대도 남지 않았다.
구조조정은 고통스럽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자체의 변화일 뿐이다.
대학을 위협하는 더 무서운 적이,글로벌 메가버시티란 괴물이 시간의 커튼 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한 까닭인지 내가 1966년 대학에 입학한 뒤 40여년 만에 다시 돌아와 맞이한 캠퍼스의 봄은 화사하기만 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