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고 있는 단기 외채를 차단하지 않으면 한국의 자산 거품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29일 내놓은 '유동성 갭(money gap) 비율을 이용한 국가별 과잉 유동성 여부 판단 및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에서 "유동성 갭 분석 결과 한국은 초과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 거품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용상 연구위원은 "유동성 갭 비율을 따져 보니 한국의 유동성 과잉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는데도 한국은 단기 외채 급증 등으로 오히려 해외 자금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 자금이 주식시장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동성 갭 비율이란 시중의 유동성 증가가 실물 경제활동을 어느 정도 앞지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플러스(+) 값을 가지면 과잉 유동성 상태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 심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자산 거품이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거품을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는 과잉 유동성이 지목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2004년 7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인상한 뒤 2분기 정도의 시차(2005년 1분기)를 두고 유동성 갭 비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도 같은해 3분기부터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2005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갭 비율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그 뒤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지난해 본격적인 과잉 유동성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반기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 거품 우려

신 위원은 "분석 대상 국가들의 유동성 갭 비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률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글로벌 차원에서 초과유동성의 확대는 부동산가격에 거품을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산 거품을 방지하려면 적절한 유동성 관리를 통해 자산 및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금융연구원은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단기 외채 급증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자산 거품 조짐이 일자 발빠르게 정책금리를 인상한 것처럼 시장에 확실한 신호(signal)를 줌으로써 유동성 과잉과 그에 따른 자산 거품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