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허성관 광주과학기술원 원장,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손욱 삼성SDI 상근상담역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코 이사회에 사외이사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그룹 및 동국제강과의 상호 지분 교환.9명의 사외이사 중 7명이 참석한 이날 이사회에서 지분 교환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평소 이사회에서 견제역할을 해 온 사외이사들도 이날만큼은 포스코 경영진과 한마음이 됐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대비한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M&A 위기론은 현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포스코를 M&A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탈이 경쟁사인 아르셀로를 인수할 때의 정황을 봐도 그렇다.

당시 아르셀로 주주인 일부 헤지펀드는 회사를 미탈에 넘기라고 아르셀로 경영진을 압박했다.

포스코의 우호지분 40%가 결코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의 근거다.

포스코는 또 외국인 지분이 60%에 육박해 외국인 지분만 확보해도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요인을 제거하려면 시가총액을 높이며 상호지분 교환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기업의 고통이 뒤따르는 차선책일 뿐이다.

주식매입 자금 등 기업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올 들어 자사주 취득에 1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이 M&A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붓는 돈이 한 해 7조원을 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자사주 매입이 장기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보다 못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나서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처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반대하고 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 2005년 중국 석유회사가 미국 유노컬을 인수하려 했을 때 미국 의회는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똘똘뭉쳐 이 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개정을 시도했다.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국회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

송대섭 산업부 기자 dssong@hankyung.com